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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l 09. 2017

겟 아웃(Get Out)

절대 섞일 수 없는 그들


겟 아웃(Get Out) / 2017 / 미국

감독 : 조던 필레

출연 : 다니엘 칼루야, 앨리슨 윌리암스 등


예고편을 보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뻔해 보일 수 있는 인종차별이란 소재와 스릴러의 만남을 ‘최면’이라는 비장의 소스로 버무려 꽤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의 90퍼센트는 느낀다는, 괜히 커피잔을 조심히 다뤄야 할 것만 같은 찜찜한 이 기분. 감독은 우리에게 최면을 거는 데 성공했다. 


* 이하 내용은 영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백인들로 가득한 이상한 파티장에서 만난 유일한 흑인에게 말을 걸고 있다.


Run, Rabbit Run : 오프닝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스토리의 핵심과 복선은 영화 오프닝 신에서 친절하게 나타난다. 밤중 백인 부호들이 사는 동네에서 길을 잃은 한 청년. 연인을 안심시키는 통화를 끊자마자 그에게 차 한 대가 ‘Run Rabbit Run’을 크게 틀며 다가온다. 청년은 이상한 느낌에 방향을 꺾어 다른 곳으로 피해 보지만 차에서 내린 남성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흑인을 향한 범죄를 보여주는 이 오프닝 신은 사건의 피해자와 같은 주인공도 역시 같은 의도(인종적 문제)로 위험에 처해질 것을 암시한다. 첫째, 실제로 영화 중간에 이 피해자는 범죄를 당하기 이전과 전혀 다른 이상한 복장과 말투로 재등장하며 주인공이 품고 있던 여자 친구 가족에 대한 의심을 확대시킨다. 백인들로 가득한 파티에서 외로웠던 크리스가 흑인인 그를 보고 가벼운 주먹 인사를 청하지만 그는 주먹 쥔 손을 악수하듯 잡는다. 크리스는 이 행동을 통해 이 집에 머무는 흑인들에게 이상한 문제가 있음을 확신한다. 

둘째, 오프닝의 가해자 역시 크리스가 탈출을 위해 자동차를 타면서 여자 친구의 남동생으로 밝혀진다. 그가 자동차에 탔을 때 차에서 흐르는 노래 역시 ‘Run Rabbit Run’이기 때문이다. 

조던 필레 감독은 이렇게 영화 오프닝에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타깃이 흑인이라는 것과 범죄의 장소가 부유한 백인들이 즐비한 동네라는 점
을 사전에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칫하면 이해하기 힘들만한 스토리를 명쾌하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할 수도 있지만 스토리의 핵심적인 요소를 모두 오프닝 장면과 연결시키면서 중간중간 이를 발견해내는 관객에게 즐거움까지 선물한다.



절대 섞일 수 없는 그들


영화의 소재 자체가 ‘인종’에 관련된 것이니만큼 영화 속 인물들은 철저하게 백인과 흑인으로 분리된다. 
초반엔 흑인인 크리스와 백인인 여자 친구 커플을 통해 두 인종이 융화된 것처럼 보이나 그 역시도 인종분리를 위한 여자 친구의 의도적인 접근일 뿐이다. 여자 친구와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 백인이자, 전형적인 상류층이며 모자랄 것이 없어 보인다. 여자 친구는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의식 없이 인종차별에 강하게 반대하며(나중에 이 모든 것이 연기라고 밝혀지긴 한다) 부모님 또한 깊숙한 동네에 큰 주택을 소유할 정도로 부유한 의사와 심리학자로 엘리트층이다. 


반면, 미국 사회 속 흑인으로 대변되는 크리스와 등장인물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다. 크리스는 여자 친구와 행복한 연애를 하면서도 자신의 인종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여자 친구 집에서 만난 흑인들 역시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영화 속 백인들과 뇌 수술을 통해 '백인화'된 흑인들은 현대 사회가 아닌 과거에 머물러 있다. 여자 친구의 가족은 깊은 숲 속에 숨어 과거 할아버지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그대로 물려받고 있으며 크리스를 만나자마자 할아버지 등 가족의 역사를 과시한다. 또한 사슴 박제 장식을 통해 저택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이렇게 과거를 대변하는 백인들의 최면을 깨뜨리고 승리를 거머쥐는 것은 결핍을 안고 있던 크리스현대 기술이다. 백인들의 무기였던 최면을 깨는 수단이 바로 휴대전화의 플래시이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만난 남성이 실종된 사람인 걸 알게 해 준 결정적인 단서와 크리스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 역시 휴대전화의 플래시이다. 감독은 과거의 우월주의에 사로 잡혀 흑인을 더 오랜 삶을 살기 위한 신체적 도구로만 여겼던 백인 캐릭터들을 현대 기술을 가진 흑인으로 파괴하면서 과거의 편견을 타파하는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글을 마무리하며 영화 제목 '겟 아웃'을 두 가지로 해석하고 싶다. 

주인공 크리스가 저택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영화를 지켜보는 우리 또한 우리의 편견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 영화 결말에서 우리가 백인 경찰이 차에서 내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크리스의 친구가 내려 당황했던 것처럼 모든 곳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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