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Jan 14. 2019

언더독

난 더 이상 네가 필요하지 않아


언더독 (Underdog) / 2019 / 한국


감독 : 오성윤, 이춘백

출연 : 디오, 박소담, 박철민 등


최근 한 동물 보호 단체 대표가 보호견 약 250마리를 몰래 안락사 시켜 논란이 됐다. ‘안락사 금지’를 내세워 유기견들을 구호하던 곳마저 그들을 믿고 따르던 강아지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아이들은 새로운 주인을 위해 어디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 만날 수나 있으련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호평을 받았던 오성윤 감독이 유기견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언더독>으로 돌아왔다. 공놀이를 하는 줄 알고 주인과 함께 밖으로 나왔던 '뭉치'는 하루 아침에 공터에 버려진 유기견이 된다. 뭉치에게 남겨진 건 주인이 놓고 간 사료 한 포대와 뭉치의 이름이 적힌 낡은 야구공 뿐. 뭉치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만 한다.


* 이하 내용은 영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난 버려지지 않았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다는 이유로 버려진 강아지 '뭉치'는 그와 비슷한 이유로 버려진 강아지들을 만나 식당에서 몰래 빼돌려 주는 음식 폐기물을 먹으며 간신히 살아간다. 버림 받았지만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유기견들. 뭉치 또한 주인이 자신과 함께 버린 야구공에 대한 미련 때문에 여러 번의 위기를 겪는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우디’가 자신의 신발 밑창에 새겨진 주인의 이름을 통해 주인과의 유대감을 확인하듯, 뭉치에게 야구공은 주인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낡을 대로 낡은 야구공을 지키기 위해 사료도 먹지 않고, 유기견을 팔아 넘기는 사냥꾼에게 잡힐 위기까지 처하면서 지켜내기 때문이다. 그깟 야구공이 뭐라고 목숨까지 걸며 지키는 뭉치의 모습은 답답하기도 하다.




흔히 반려견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르며, 자신을 유기해도 버림받았단 사실 조차 잘 인지하지 못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무책임하게 강아지들을 버린 극 중 인물들에게 화가 났지만, 영화 관람 후 들려온 보호 단체 대표의 안락사 사건은 분노마저 서글픔으로 바꾸었다. 안락사 직전까지 꼬리를 흔들었을 녀석들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이내 그만 두기로 했다.




야구공에서 수류탄으로


한편, 사람을 최대의 적으로 여기며 산에서 직접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개 무리들도 있다. 이들은 뭉치와 그 친구들을 약자라 무시하지만, 보금자리인 산마저 결국 사람 손에 넘어가자 함께 힘을 합쳐 비무장지대로 떠난다.


영화 후반에 이르러 뭉치는 더 이상 야구공을 물지 않는다. 대신 사람이 없고 먹이가 풍부한 비무장지대로 넘어 가기 위해 수류탄을 문다. 물론 뭉치 본인은 수류탄이 위험한 물건이란 걸 인식하지 못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수류탄을 몰고 군인들 사이를 헤쳐가는 그의 발랄한 모습은 영화 초반 야구공을 물고 낯을 가리던 뭉치와 많이 달라져 있다. 과거(야구공)를 놓아주고 미래가 있는 자유(수류탄)을 택한 뭉치는 반려견으로서의 삶이 아닌, 뭉치 본인의 삶을 선택한다. 뭉치가 뱉은 수류탄이 터지며 노란 꽃잎이 휘날리는 장면은 그들의 자유와 맞물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특히, 진정한 호의를 보여준 동물애호가 부부를 만났지만 노견 ‘짱아’를 제외하고 모두가 야생 생활을 선택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다. 나쁜 사람을 잊고 더 좋은 주인을 만나는 동물 영화의 뻔한 결말이 아니어서 좋달까.




언더독, 게임에서 이기다


영화를 관람한 후 제목 ‘언더독’의 의미가 뭘까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매우 적은 팀이나 선수를 뜻한다고 한다. 버림받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칠 것 같던 주인공들이 바로 언더독이었던 것이다. 가장 약체로 보였던 언더’독’들은 그들의 파라다이스 비무장지대에 도착하며 게임에서 이긴다.


"해낼 수 있어!"

어찌 보면 너무 뻔한 말이지만 가장 정직한 말이기도 하다. 게임에서 이길 승률이 아무리 적다 한들, 운이 얼마나 나쁘다 한들 어떠리.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0.001%의 가능성이라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남들이 코웃음 치지만 꿋꿋하게 자신만의 새해 목표를 세운 모든 언더독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도 게임에서 이길 수 있어!


* <언더독>은 1월 16일 개봉합니다.

  무비패스를 통해 영화를 볼 기회를 주신 브런치 팀에게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겟 아웃(Get Ou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