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Aug 22. 2018

맘마미아!2

엄마의 졸업앨범을 펼치다


맘마미아!2 (Mamma Mia! Here We Go Again) / 2018 / 미국


감독 : 올 파커

출연 : 릴리 제임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등





2006년,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뮤지컬’이란 것을 보았다. 포스터 속 흰 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여자가 소피란 건 몇 년후  <맘마미아>가 영화로 나온 후에야 알았으니.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생이었지만 12년이 흐른 지금에도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Dancing Queen를 따라 부르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맘마미아!>가 개봉하고 정확히 10년 뒤 돌아온 <맘마미아!2>를 보며 뮤지컬을 처음 보았던 그때가 다시 떠올랐다. 소피가 Thank you for the music을 부르며 호텔 오프닝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부터 러닝타임 내내 울컥하는 마음을 붙잡아야 했다.  

(tip. 혼자 보시면 더 편하게 울 수 있습니다)


* 이하 내용은 영화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는 우리


도나는 이제 없다. 메릴 스트립의 내공있는 연기를 기대했던 나는 도나의 죽음을 암시하는 소피의 대사에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영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맘마미아의 주인공 도나가 없다니, 너무 갑작스러운 통보 아닌가 하는 배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도나는 모든 장면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다.


영화는 화면의 연속성을 강조한 친절한 편집을 통해 인물들을 짝 짓는다. 소피와 스카이가 이별을 직감하는 신에선 거울을 보거나, 침대의 눕는 동작을 함께 하며 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듀엣곡을 부르며 소피와 스카이가 번갈아 하나의 동선을 완성하는 장면은 이별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둘의 마음을 보여준다.




장면의 연속성은 과거와 현재의 인물을 연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도나와의 러브 스토리를 가장 길게 보여준 샘의 경우, 현재의 샘(피어스 브로스넌 역)이 젊은 도나의 사진을 보는 신과 딸 소피와 함께 폭풍우에 맞서 호텔 테라스를 지키는 신에서 과거의 샘과 오버랩된다. 소피가 엄마의 친구들에게 집을 개조한 호텔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도나가 처음 섬에 도착해 허름한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신과 겹치며 소피와 도나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도나와 소피, 소피와 스카이, 과거의 세 남자와 현재의 세 아빠 등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누구도 고립되어 있지 않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으며, 지금 곁에 없어도 늘 옆에 있다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타이밍을 놓친 자와 잡은 자


타이밍이 자꾸만 엇나간다. 이건 운명이 아니란 신호일까?


각자 나름의 매력을 가진 세 남자와 도나의 만남은 뭔가 엇갈린다. 우스꽝스러운 가죽 자켓을 입고 한번 자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해리는 그녀를 찾아 부두까지 따라왔지만 도나는 이미 빌과 요트를 타고 떠나 버린 뒤다. 빌은 세 남자 중 그나마 도나와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끝까지 그녀 곁을 지키진 못한다. 도나가 가장 깊이 사랑했던 샘도 약혼녀와 도나 사이를 갈등하다 다시 돌아오지만 그녀는 또 빌과 떠나 버리고 없다.



영화 속 과거 남성 캐릭터들은 그렇게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그리고 몇십 년이 흐른 뒤에야 소피의 파티에 초대되며 놓쳐버린 타이밍을 만회할 기회를 다시 얻는다. 반면, 영화의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인 도나와 소피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도나는 졸업 후 자신이 바라던 프랑스와 그리스 여행을 곧바로 실천하며, 소피를 임신했을 때에도 용기를 내어 그 기회를 잡는다. 그녀를 데리러 섬에 찾아온 친구들을 보내는 장면은 단면적으로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유일한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용기 있게 ‘엄마’가 되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소피 또한 스카이와의 사랑을 놓아버리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다시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가기로 결심하는 순간 다행히 스카이가 그녀 눈 앞에 나타난다.


용기 있게 타이밍을 잡은 도나와 소피는 각자 평생의 친구가 되어줄 딸을, 두 번째 주어진 기회를 잡아 딸의 호텔 오프닝 파티에 참석한 세 아빠는 소중한 가족을 얻는다.




도나, 우리의 댄싱 퀸


<맘마미아!2>의 묘미는 ABBA의 노래다. 옆 좌석에 앉은 사람과 손잡고 일어나 춤추고 싶게 만드는 흥겨운 OST가 여러 장면들의 매력을 더해주고 맘마미아를 완성한다. 특히 맘마미아 원작에 쓰였던 ABBA의 노래들이 2편의 다른 상황에서 쓰이는 걸 알아채는 재미도 있다. The Name of The Game의 경우, 원작에선 소피가 처음 만난 아빠와 부르는 넘버지만 영화에선 젊은 도나가 샘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곡인 Dancing Queen 또한 1편에서 들었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전편에서는 도나와 친구들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즐거운 곡이었다면, 2편에서는 인물들과 정말로 이별을 고하는 느낌이다. 졸업식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동시에 세 명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말괄량이 도나는 멋진 엄마가 되었으며, 이젠 우리의 영원한 댄싱 퀸이 되었다. 앞으로도 ABBA 노래를 들으면 신나기보다 마음이 괜히 몽글해질 것만 같은 슬픈 예감이 들지만 여전히 그녀를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안녕, 나의 댄싱 퀸!




* 글에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