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작은 섬에서 작은 용기로 인연을 만들다(1)
365일 따뜻한 날씨, 그리고 바다와 접해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지형 덕분에 태국은 각종 해양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이다. 태국은 치앙마이를 포함한 북부, 방콕과 파타야가 있는 중부 그리고 꼬사무이와 푸껫이 있는 남부로 크게 세 개의 지역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특히 남부 지역은 바다와 접한 지역이 많고, 푸껫, 꼬사무이, 코팡안, 꼬따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 섬들이 모여 있다.
내가 사는 춤폰은 태국 남부 지역으로 갈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다. '남부의 입구'라고 불린다. 외국인들에게는 꼬따오, 코팡안, 코사무이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잠깐 거쳐가는 곳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바다와 길게 접해 있는 지역이라서 넓은 모래사장과 깨끗하고 맑은 바닷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으로 북적이지도 않아 항상 아늑하고 평화롭다.
2021년 5월쯤부터 태국 내에서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졌고, 연말이 다가올수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후 돌아오면 자가격리를 해야 할 정도여서 태국 안에서 자유로운 지역 이동은 어려웠다. 2021년 10월 어느 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갈 수 없었기에 아쉬운 대로 일본인 친구 2명과 함께 춤폰 '사이리 해변(Sairee beach)'에 패들보드를 타러 갔다. 춤폰에 유명한 해변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통우아랜 해변(Thung Wua Laen Beach) 해변'이고, 하나는 '사이리 해변'이다. 춤폰 시내를 중심으로 보면 북쪽으로 올라가면 통우아랜 해변을 만날 수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사이리 해변을 만날 수 있다. 변덕스러운 태국의 비구름이 이날만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패들보드 타기에 딱 좋은 맑은 날씨!
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패들보드는 보드 위에서 노를 저어서 이동하는데, 파도가 잔잔할 때 타야 한다. 파도가 심한 날에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어렵고 뒤집어지기 쉽다. 이미 패들보드샵에서 보드를 예약했고, 날씨는 걱정했던 거와 반대로 아주 맑았기에 바람 따위는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우리는 사이리 해변으로 향했다.
우리의 목표는 사이리 해변에서 출발하여, 바로 앞에 있는 'koh maprao'라는 작은 섬까지 노를 저어 가는 것이었다. '꼬마프라오'라는 이 작고 귀여운 섬은 사이리 해변에서 바로 보일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바람은 동쪽에서 강하게 불어오고 있었고, 우리는 그 바람을 뚫고 '꼬마프라오'에 도착하기 위해서 계속 오른쪽으로 노를 저었다. 강한 바람과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이 조금 힘들었지만 웃기고 재미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잠깐씩 평화가 찾아올 때마다 맑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30분 정도 열심히 노를 저어서 겨우 그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꼬마프라오는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곳에서 수영을 하면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30분 동안 한쪽으로만 노를 저어서 몸이 오른쪽으로 돌아가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며 따뜻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춤폰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바로 그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행복한 감정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사진으로도 모두 담기 힘든 광활한 아름다움.
그때 멀리서 어떤 남자 두 명이 패들보드 하나에 같이 탄 채로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우리들은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해변과 멀리 떨어진 작은 꼬마프라오라는 섬에는 우리 셋과 태국인 친구 둘만 있었다. 아무나 오기 힘든 장소, 그리고 거기에서 우연한 만남. 아무도 살지 않고, 아무나 오지 않는 이 작은 섬에서, 가벼운 눈인사까지 주고받았으니 말을 걸지 않으면 어색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태국 춤폰이라는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 셋은 항상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것에 목이 말라있는 상태였다. 일본인 친구 둘보다 나이가 많았던 나는, 부끄러워서 말을 못 걸겠다는 일본인 친구들의 말에 '언니'로서 말을 먼저 걸어보겠다며 자신감 있게 다가갔다.
->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