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작은 섬에서 작은 용기로 인연을 만들다(2)
사람은 신기하게도 상황에 따라 성격이 바뀐다. 사람의 성격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고,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달라진다. 영어 단어에서 성격을 의미하는 'personality'은 그리스 배우들이 사용한 가면 'persona(페르소나)'에서 기원하였다고 하는데, 연극 속 여러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페르소나가 사용된 것처럼 우리의 성격 또한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특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성격이 변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모습인 것이다.
나는 평소에는 낯을 가리고 말을 조리 있게 잘하지도 못하며,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혼자서 이것저것 하는 것도 잘한다. 나 스스로는 내향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프리다이빙, 조깅, 요가 등을 하는 내 모습이나 평소에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본 친구들은 나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 표출되는 내 성격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보이는 내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도 나는 내 안의 다양한 '페르소나' 중에서 하나를 선택적으로 바꿔 입는다. 패들보드를 타고 도착한 작은 섬, '꼬마프라오'에서 나는 이 날씨, 이 풍경, 이 상황이 주는 특별함 덕분에 용기를 내어 그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었다.
"싸왓디카! (안녕하세요!)"
"쿤 츠 아라이 카? (이름이 뭐예요?)"
"My name is Tar"
태국인에게 태국어로 말을 걸었는데, 영어로 대답을 듣고 있는 이상한 상황. 내 발음이 너무 외국인 같았나? 아니면 내 생김새가 너무 외국인 같았나? 결과적으로 그 원인은 둘 다 였다. 어쨌든 나는 먼저 말을 거는 데 성공했고, 태국어와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름, 나이, 어디 사는지, 오늘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그 친구는 '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방콕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콕에서 취업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구직 활동이 어려워져서 자신의 고향인 춤폰에 내려왔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취준생이었다. 지금은 시험공부를 하면서 패들보드 샵을 하는 동네형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나는 '꼬마프라오'에서 이 친구를 처음 봤는데, 놀랍게도 '따'는 나를 안다며, 춤폰 시내에서 자주 봤다고 했다.
춤폰 사람들은 보통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나는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없었기에 평소에 어디를 가던지 무조건 걸어 다녔다. 그런데 춤폰 시내에서 걷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서, 내가 무척이나 눈에 띄었던 것이다. 어쩐지, 내가 걸어 다닐 때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춤폰 사람들은 "쟤는 도대체 누구니?"라는 표정으로 나를 신기하게 한 번씩 쳐다보며 지나가곤 했었다. 이 작은 춤폰에서 걸어 다니고, 피부가 태국 사람보다 하얗고, 눈이 태국 사람보다 작은, '누가 봐도 외국인'인 나는 눈에 안 띄는 게 이상할 정도였던 것이다.
곧 나는 일본인 친구 두 명을 소개해줬고, 그렇게 우리 셋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 따와 함께 패들보드 위에 있었던, 따가 '브라더'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첫 만남에 얼떨결에 같이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 사진을 공유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우리는 그 작은 섬에서의 우연한 만남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