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1

by 최여빛

몇 년 전 여름, 동생과 태국여행을 가기로 의견을 맞추고 어느 도시를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꽤 긴 휴가기간이 있었기에 두 개의 도시를 여유 있게 구경하기로 했다. 치앙마이는 우리 둘 다 가보고 싶은 도시였고 나머지 도시를 택해야 했다. 나는 태국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했고 태국의 수도이자 화려한 도시, 수많은 여행객이 선택하는 방콕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방콕을 방문한 적 있어서 결국 방콕은 빼고 치앙마이와 빠이를 가보기로 결정했다.

우리 자매에게 치앙마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여유로운 느낌’ 때문이었다. 여행을 가기 전 여행사진, 여행후기를 보는데 한적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도 치앙마이는 아기자기하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도시였다.

방콕을 경유해서 치앙마이에 도착을 했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방콕보다는 습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공항 밖으로 나서자마자 후끈 느껴지는 동남아의 공기. 그 후끈한 열기가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켜주었다. 공항에서 나와 택시 기사 아저씨와 님만해민까지 택시비를 흥정하고 짐을 실었다.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의 알 수 없는 노래를 들으며 창밖의 낯선 풍경들을 느꼈다. 전깃줄이 얼기설기 길게 늘어져있는 풍경을 보며 태국에서의 일주일이 어떨지 기대하며 님만해민에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짐을 놓고 바로 쏭태우를 잡아타고 시장으로 갔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치앙마이의 최대 시장 ‘선데이 마켓’이 열리는 날이었다. 타패 게이트 앞부터 약 1km의 랏차담넘 거리에는 다양한 상점이 좌판을 깔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없는 게 없다는 선데이 마켓에는 정말 많은 상품들이 있었다. 특히 직접 만든 소품들이 눈이 띄었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부터 젊은 아티스트까지 아기자기한 예쁜 물건들을 판다.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오면 주저 없이 구매하는 것이 팁이다. 정신없이 걷다 보면 주 도로 말고 옆 도로도 새고 왔다 갔다 하게 되는데 아까 봤던 물건을 다시 사기 위해 돌아가려면 길도 헷갈리고 많은 사람을 제치고 가기도 힘들다. 나도 마음에 들었던 노트북 파우치를 다시 보려고 돌아가려 했지만 너무 멀리 와버리고 길을 정확히 몰라서 그냥 포기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가격 흥정을 조금 해보고 사는 것이 좋다. 결국 조그마한 화장품 파우치 몇 개, 치앙마이 표시가 돼있는 에코 백 두 개, 머리띠를 사고 쇼핑을 마쳤다.


이제 허기가 진 우리는 시장에서 빼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기 위해 부지런히 눈알을 굴렸다.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먹은 것은 더위에 지쳐 마신 땡모반(태국 수박주스) 한 잔이 전부였다. 동생이 방콕 여행에서 너무 맛있게 먹은 바나나 로띠를 꼭 먹고 싶다고 해서 로띠를 찾아 나섰다.

“어, 저거 저거! 저거 로띠 같은데?”

한국에서부터 그렇게 외쳐온 로띠, 비행기에서도 계속 사진을 보여준 동생 덕에 나도 로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그 위에 계란을 깔고 바나나를 썰어 올린 후 반죽을 덮은 다음 마지막으로 연유와 초코 소스를 뿌린 달콤한 음식이었다. 달달한 음식을 애피타이저로 먹자 다른 음식들이 마구 당겼다. 옆에서 맛있는 냄새가 강하게 나서 봤더니 우리나라 목살과 비슷한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를 참을 수는 없었기에 길거리에 서서 또 한 접시를 게 눈 감추듯 먹었다. 그래도 배가 차지 않아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동생은 맛집을 찾아보는 타입이지만 우린 배가 매우 고팠고 사람이 많이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자는 나의 제안에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동생은 계란볶음밥, 나는 똠양꿍을 시켰고 시원한 태국 싱하맥주를 곁들여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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