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으로 같이 떠나는 해외여행에 들떠있었고 매일같이 인터넷으로 치앙마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유명한 관광지는 어디이며, 어떤 코스로 가면 효율적인지, 요즘 핫한 카페는 어디이고, 유명한 맛집은 어디인지... 여행을 가기도 전에 과도한 서치로 이미 한번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나 내 동생은 시간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계획대로 여행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여행자였다.
그날 우리는 계획대로 치앙마이 대학교에 갔다가 치앙마이 대학 주변을 걷고 있었다. 다음 계획인 사원을 가기 전 태국 대학 가는 우리나라 대학가와 어떻게 다를지 구경하고 있었다.
동남아의 한낮은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나도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데 습도마저 너무 높아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더 이상 걷다가는 탈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태양이라도 피해보자는 생각으로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홀린 듯 걸어갔다.
그곳은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아무 가게였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에어컨이 없는 가게라 ‘잘못 들어왔네,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들어왔으니 또 너무 목이 너무 말라 물을 마시기 위해 음식을 주문했다. 편한 차림의 젊은 아주머니가 무심하게 주문을 받았다. 시원한 물을 들이켜 마시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살 것 같았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돌아가도 그늘에 들어오자 거짓말 같이 시원해졌다.
더위에서 벗어나니 그제 서야 보이는 가게 풍경들.
타일로 마감된 바닥과 벽, 벽에 붙어 있는 예쁜 그림들, 창문 없이 뚫려있는 벽 그리고 벽돌 기둥, 그 사이에 걸려있는 아기자기한 초록 화분들.. 한낮의 열기와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오래된 팝 음악..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티브이 소리.
여행의 순간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있는데 그중에 한 장면이 바로 이 곳에서 더위를 식히고 팟타이와 스프링롤을 먹고 음악을 듣던 순간이다.
동생이 화장실을 간 사이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데 밖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때마침 제목은 모르지만 누구나 아는 유명한 올드팝의 클라이맥스가 흘러나왔다.
여행자가 된 기분이 흠뻑 들면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너무 더워서 무작정 들어간 가게는 에어컨도 없고 개미도 있었지만 그 마저 용서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계획하지 않고 우연히 들른 곳이 몇 날 며칠을 검색해서 간 카페보다 훨씬 좋았다는 사실에 허무하기도 했지만 너무 예쁘다며 호들갑을 떨며 입구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