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그 나라의 랜드마크에 가보거나 유명한 관광지를 가보는 것이 보통의 여행법이다. 물론 그런 여행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골목길을 둘러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우선 관광객이 없는 한적한 길이 좋다. 관광지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너도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지기도 힘들다. 그런데 골목길에서는 사람들에게 치일 일 없이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사진도 내가 찍고 싶은 대로 마음껏 찍을 수 있다.
골목길을 다니면 그 나라의 진짜 얼굴을 보는 것 같아서 더 흥미롭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대강 추측해볼 수 있고 골목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일상을 상상해보는 것이 재미있다. 또 마치 내가 현지인이 된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좋다. 진짜 현지인들이 보기엔 ‘누가 봐도 관광객’이겠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 원래 여기 사는 사람인척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대만 여행을 오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간다는 예스진지 투어를 나 역시 신청했다.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상품인데 앞자리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타이베이역에서 만나서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데 약속 시간보다 한참 일찍 숙소를 나와 한 시간 정도 걸으며 골목여행을 했다.
숙소에서 나와 숙소 주변에 아침 장사를 하는 골목길을 지나 출근길 차가 많은 큰 대로를 지나서 타이베이역까지 갔다. 조금 이따가 만날 장소를 확인하고 나서 그 주변 골목을 돌아다녔다.
골목길 여행에는 법칙이 있다.
가장 중요한 법칙은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이다. 관광객의 마인드가 아닌 여행자로서 느낌이 끌리는 대로 가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큰 건물, 특징이 될 만한 가게나 거리를 기억하면서 걷는 것이다. 나에겐 구글 지도가 있지만 길을 기억하고 다시 되돌아오면 낯선 도시에 아는 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에 괜히 으쓱해지기도 한다.
골목에서 느낀 대만 타이베이는 회색이었다.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외벽들이 모두 잿빛으로 바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후 때문에 마감을 타일로 한 건물도 많았는데 화장실에서 볼 듯 한 작은 타일이 벽에 붙어있는 것이 인상적이면서 귀여웠다.
또 베란다에 창살도 흥미로웠다.
대만 영화에서 주인공이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 때 창살을 보고 특이하다는 생각을 한적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반가웠다.
왜 다들 창살을 달아놓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혹시 도둑이 많이 드나? 비가 많이 와서 통풍이 잘되라고 그런 것일까? 저 창살 너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내가 본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남자 주인공처럼 볼펜 자국이 묻은 교복을 널어놓았을까? 서로 좋아했지만 첫사랑과 이루어지지 않은 여자 주인공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상상을 해가며 골목을 걷는다.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마음에 드는 풍경을 사진에 담는 시간은 너무 소중하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날아와서 내가 지내던 곳과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정말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관광 전후 시간을 만들어서 골목길을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여행지가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