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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롱 Jun 24. 2020

스페인에서 입주내니 구하기

우리 쌍둥이의 내니는 어디에?

스페인에도 내니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 아이들을 기르는데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산 휴가가 4개월이라 생후 4개월부터 어린이집으로 바로 가는 아기들도 많고, 아빠의 육아 휴직까지 붙여 써서 몇 주 정도 더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 집도 있다. 스페인에 살게 되니 가족들의 도움은 받기 어려울 것 같아서 스페인에 도착하고 곧바로 앞으로 태어날 우리 집 둥이를 함께 봐주실 내니를 구하기 시작했다. 언어가 안되다 보니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이럴 땐 인터넷에서 정보를 우선 찾는 수밖에. 살펴보니 출퇴근형 내니는 Externa라고 부르고 입주형 내니는 Interna라고 한단다. 스페인에서는 Interna도 주말에는 퇴근한다. 내니의 스페인어인 Ninera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업체를 통해 구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지인들의 소개로 많이 구하는 것 같다. 아기들이 태어나기 전에 얼른 확정 짓고 싶은데, 인터뷰해서 엄선해서 좋은 분을 만나기는커녕 한 사람이라도 구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신랑 직장 동료의 아내분을 통해 어떤 필리핀 내니를 알게 되었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집에서 8년을 일하셨단다. 한 사람이 8년이나 한 곳에서 일한 것이 나에겐 정말 멋진 포인트였다. 그런데 새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우선은 파트타임으로 가사 도우미 일을 구하고 계시다고 하길래 바로 내가 손 들었다. 고위험 산모니 누워 있어야 하기도 했고, 또 나의 큰 그림은 잘 설득해서 우리 집에서 새로 상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일주일에 한 번 잠시 부지런하게 성실하게 일도 잘해주시고, 임산부에게 좋다며 피스타치오와 호두를 수줍게 나눠 주시기도 했다. 좋은 분인 것 같았다. 지금의 일터에서 8년간 월급이 동결이 었단다. 그래서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은데, 8년간 키운 아이들이 눈에 밟혀 못 옮기겠다고도 하고. 마음도 따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시길 권유했으나 결국.. 아이들이 날 필요로 한다며 지금도 그 집에서 그대로 일하고 계시다고 한다. 


동네 신문의 구인 공고란을 살펴봤다. 있다!! 재빨리 연락을 하고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우루과이에서 온 분이셨다. 언니가 이 동네에 살고 있어서 이렇게 스페인에 오게 되었고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내니 경험은 없지만 본인의 딸이 4살이란다. 우루과이에 남편과 함께 있다고. 마음이 너무 짠했다. 그런데,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 나는 스페인어를 잘 못한다. 성급하게 판단하면 안 되지만 매일 샤워를 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같이 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였다. 나랑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 분을 찾기로 했다. 남미에서 건너오신 분들이 생각보다 영어를 못하셔서 필리핀에서 오신 분으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사히 내니를 구할 수 있을까. 아기들이 태어나고 나 혼자 독박 육아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너무 떨렸다.


필리핀 분으로 구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순간에 필리핀 음식점을 순회해서 사장님들에게 인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구글 맵에서 검색했다.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도와주시는 필리핀 분께도 유명 레스토랑을 물어봤다. 신랑이 바쁜 시즌이라 주말에만 같이 식사하던 무렵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을 해야지 하며 나갔었는데, 나의 컨디션이 마구 좋진 않아서 정말 잠시 잠깐 시내에 가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그 주부터 필리핀 식당을 찾아갔다. 우선 커피도 시키고 음료수도 시키고 밥도 시키고 고기도 시키고. 입맛에 아주 잘 맞지는 않았지만 내니를 구해야 하니 억지로 라도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사장님과 대화를 텄다. 난 한국 사람인데 마드리드에 온 지 얼마 안 됐고 여차저차 한 사정으로 필리핀 내니를 찾고 있다고. 사장님도 본인의 얘기를 하신다. 아주 오래전에 마드리드로 이민을 왔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착했다고 하시며 이젠 스페인어가 영어보다 편할 지경이라고. 


사장님이 명함을 주신다. 엠마 사장님이군. 엇 그런데 이 레스토랑의 명함이 아니다. 알고 보니 이 사장님은 여러 가지 일을 하신다. 레스토랑도 하시고 케이터링도 하시고, 그런데 월급쟁이 기도 하시단다. 필리핀 부동산 개발 회사의 스페인 세일즈 담당. 무엇을 파느냐고? 지금은 필리핀 보라카이에 있는 콘도를 팔고 계신다고. 바쁜 사장님. 너무 신기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아! 나는 내니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목표. 본인이 도와주신다고 한다. 다른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는 다른 필리핀 분에게 필리핀 커뮤니티 카페에 구인 공고 좀 올려달라고 바로 부탁하신다. 쌍둥이 아기 돌볼 사람 찾고 있다고. 그렇게 올려주신 분의 전화번호를 받고 식사도 사드리고 그리고 집에 왔다. 사장님 전화번호 받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장님은 혹시나 우리가 보라카이에 콘도를 살 생각이 있는지 그게 더 궁금한 것 같았지만. 도와줄 수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기다림은 늘 어렵다. 연락이 오질 않는다. 쌍둥이 신생아라고 하니 지레 겁을 먹었나. 혹은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직업을 구하려고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필리핀 레스토랑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마 너무 일찍부터 찾고 있어서 연락이 안 올 거 같다고 일 시작 한 달 전-2주 전에 바짝 구해보라는 조언을 주셨다. 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당장 일이 필요한 사람만 전화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른 필리핀 레스토랑에 갔다. 그곳 사장님은 영어를 못하셨다. 필리핀 말인 따갈로그어와 스페인어만. 그래서 전화번호 받는 것도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도 소개로 두 사람을 알게 되어 연락은 닿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중에 있어서 만나 보지도 못하고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다는 것이 뭔가 부담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처음부터 에이전시를 찾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 시도는 해봤던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찾았던 키워드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찾으라면 집에서 일해주는 일련의 서비스 간호, 보모, 가사 도움 등을 전체 칭하는 말인 Servicio domestico 업체를 검색해서 찾아볼 것 같다.


몇 달 동안 구하지도 못하고 걱정만 늘어가던 시절 출산은 한 달 남았는데, 내 배 크기만으로 보면 언제 아이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엠마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본인 조카가 원래는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데, 스페인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스페인에 입국 예정이니 혹시 생각 있으면 인터뷰를 보라고. 곧장 날짜를 잡았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앉아계신다. 아 이번엔 제발 좋은 분을 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영국과 스웨덴에서 입주 내니 일을 하셨단다. 원래는 사무직으로 일하셨는데 필리핀은 30대 중반만 되어도 여성이 계속 일하는 게 힘든 분위기라고 하시며 아이들을 위해서 외국에서 일을 찾고 있다고. 아이는 네 명. 큰아이는 벌써 대학생이란다. 인상도 좋으시고 조곤 조곤 본인 얘기도 편안하게 하셔서 이분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출산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오랜만에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었다.

아기들 맞이 준비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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