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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롱 Aug 25. 2020

그렇게 바라던 육아도 힘들다

아기가 예뻐도 육아가 쉬운 건 아니야

몇 년 전인지 조차 기억도 안나는 옛날.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해외로 가신 전 상사가 오랜만에 보시더니 물으신다. 애는? 이건 볼 때마다 물으시는 질문인데, 그것도 그럴 것이 내 윗 선배들 하나 둘 순서대로 출산 휴가를 떠나갔고, 나는 늘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발 넓고 사람 좋았던 나의 전 상사는 계속 물으셨다. 내가 진짜 유명한 선생님 소개해줄까? 난임이 왜 난임인지 알아? 요즘은 불임이라고 안 부른데 임신이 어려우니까 그냥 난임. 어려우면 또 노력하면 되는 거라고 하셨던 지나가던 아저씨의 말. 극도로 예민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분이 밉지 않고 그때 당시 이미 다 커버린 따님도 어렵게 가졌다는 얘기를 들은지라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때 알려주신 의사 선생님의 성함도 적어놨었는데.. 엄청 피곤해서 잠을 청하고 싶은데 잠이 안 오는 이상한 현상과 함께 문뜩 떠오른 옛날이야기.


그런 시기도 보내고 아기 엄마를 부러워하고 집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생각이 슬슬 나는 것을 보면 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인가 보다. 육아와 살림은 늘 쉴틈이 없고 바쁘고 몸은 고달픈데, 마음 한구석이 허하다. 당연히 SNS는 좋은 때에 찍은 예쁜 한컷을 올리는 거니까 아기는 너무 귀엽고, 게다가 귀여운 아기가 두 명 있으면 정말 사랑스럽고 아무것도 안 하고 보기만 해도 행복이 넘쳐날 것만 같은데 실상은 어떤 날은 둘의 묵직한 기저귀 수십 번을 갈아야 하고 잠투정이 심한 아기와 침대에서 자니 많이 씨름해야 하고 나는 내 방식을 고수하고 싶은데 아이는 거부하기도 하고 뒤돌아서면 치울게 잔뜩인 요즘.


초기 육아 피로의 일등 공신은 수면 부족이다. 아기가 밤에 자주 깨고 식사도 세 시간에 한번 하니까 잠이 늘 부족하고 비몽사몽 하다. 둘이면 말할 것도 없다. 신랑과 번갈아 하면 조금 낫지만 월요일 바로 전 일요일 하루라도 신랑 잠 좀 잘 자라고 밤 당번을 자처하면 거의 밤을 지새우듯 해서 월요일은 어김없이 넉다운이 되었다. 고맙게도 지금 아이들은 방에서 통잠을 잔다. 밤이 나름 수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낮 육아는 더 어려워진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목소리도 커져서 꺄악~ 소리 지르면 이웃들이 들을까 무섭기도 하고. 마음대로 안되면 얼굴도 찡그리고 화도 낸다. 아기도 사람이니까.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잘 알아주고 사랑으로 늘 길러야지 하는 다짐.  


그냥.. 원하고 준비하고 모든 축복을 모아 모아 아이를 맞이해도 육아는 힘들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기계가 아닌 이상 나도 좋은 컨디션을 늘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편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나도 사회생활이 조금 그리워지기 시작했는데 너무 자책 말고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도 귀여운 아기 하나도 아닌 둘이나 낳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 잊으면 안 되니까 올해도 힘내고 평생 파이팅을 외치며 살아야 함. 그래도 고달픈 하루를 마치고 누우면 또 오늘의 아이들 어제의 아이들 사진을 찾아보고 동영상을 보며 엄마 미소를 짓고 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둥둥이 10개월 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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