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린 이웃을 대하는 방법
스페인, 마드리드 작은 아파트의 이야기
9월 21일 월요일부터 다시 마드리드의 일부 지역에 락다운(통행금지)가 시작되었다. 이에 아울러 마드리드 전 지역에서 6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고, 식당과 숙박 업소도 이전과 같이 수용 가능인원 50% 선에서 영업을 유지하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이곳도 여느 곳과 다르게 각자의 정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어려운 시기인 만큼 대립도 첨예하다. 스페인 정부는 현재 좌파가 집권 중이고 마드리드 시장은 우파라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고 시민들도 이런저런 평가를 내린다. 어쨌거나 외국인으로 사는 내가 속속들이 사정을 파악하기는 어렵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코로나가 계속되어 다들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경제 타격 또한 크다.
우리 동네는 통행금지 지역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수치 상으로 코로나가 심각한 지역인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100명 중 1.3명이라니 지나가다 사람을 안 마주치는 게 상책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자제한다. 에너지 넘치는 두 아기는 아침 언니 오빠 형누나들이 모두 학교를 간 사이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할 뿐이다. 이전 Lockdown 시기에는 아파트 공용 공간에 조차 나갈 수 없었고 아동 산책 시간이라고 정해진 시간에는 너무 사람이 붐벼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조금의 바깥바람과 햇볕을 마주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이 상황을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뿐이다.
우리 가족은 한 동짜리 아파트에 산다. 마드리드의 외곽에 위치해서 높은 빌딩도 아니거니와 겨우 5층짜리 건물에 한동짜리 아파트니 거의 모두가 서로서로를 알아본다. 아마 집주인들끼리는 정기적인 미팅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거주자 단체 톡방 (여기서는 Whatsapp)이 있어 현안을 공유한다. 아 물론 정치, 종교, 인종 얘기는 금지한다. 평화로운 거주 공간 유지를 위해. 다 큰 어른들이지만 종종 싸움이 나기도 하는데, 이웃들은 내게 많이 알면 다친다고 말을 아낀다. 그래도 단톡 방을 통해 아파트의 중요한 이야기는 대부분 알고 있고, 조금 더 친한 이웃과는 가끔 같이 커피도 마시고 그런다.
벌써 2주가 지났다. 우리 아파트에도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스페인에서는 확진자 개인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스페인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쉬쉬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렸다. 증상이 생기자마자 단톡 방에 검사하러 간다고 했고, 모든 시설을 직접 만지지 않도록 새 장갑을 낀다고 했며 검사를 마치고는 2주간 집에서 격리한다고 했다. 어린아이가 둘인 4인 가족, 이웃들은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장문의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하더라도 정성 들여 쓴 것이 티가 나는 그런 메시지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메시지를 길게 길게 쓰는 편이다.) 혹시 슈퍼에서 뭘 사다 줄까? 먹을 것이 필요한가. 어떤 도움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말해달라 등등. 읽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그런 글 말이다.
조금 더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이웃도 소식을 알렸다. 이 집은 증상이 조금 더 심각한 것 같은데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가 모르겠다. 검사와 확진 모든 것을 알리는 것은 동일했고 이웃들도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바로 엊그제 첫 확진 가족이 드디어 재검을 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도 기쁘고 다들 기쁜 그런 분위기. 조금 더 집에서 조심하라고 할 것 같은데, 음성 판정 나왔으니 얼른 나가서 산책도 하라고. 코로나에 걸렸으니 기피하고 왜 걸렸나 따지기보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 같은 분위기에 뭔가 뭉클했다. 아이들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도 잊지 않고 너무 잘 됐다고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나는 짧게.) 이 시간이 얼마나 더 갈지.. 겨울이 되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멘털 관리에 힘쓰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번외 편이지만, 이와 중 런던에 사는 친구가 뒤늦게 본인의 코로나 소식을 알렸다. 다행히도 이미 나은 상태였다. 직업이 의사이고 병원에 근무하니 더 노출 빈도가 높았을 테고, 충분한 보호장비 없이 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의 동료들도 대부분 걸렸었다는 얘기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들으니 코로나가 생각보다 나에게도 가까이 있구나 싶었다. 나의 이웃들도 그렇고 스페인 사람들이나 외국인인 나의 친구를 봐도 코로나를 덜 심각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조심은 하되 패닉엔 빠지지 않아야지. 어쩌면 나도 일부 이들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부디 우리 모두 이 시간을 무사히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