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두부 만들기

삼시세끼 따라잡기는 아니었으나... 성공적!

by 마리롱

때는 코로나로 통행 제한이 한창일 무렵이었다. 스페인은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국가령으로 아예 통행 제한을 시켜버렸다. 식료품 구매나 병원, 약국 방문 등의 필수 외출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집콕하는 상태. 나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이미 바깥공기를 아는 아기들은 고고고 (나가자), 슈슈슈 (신발을 신겨줘)를 외치며 나가길 희망했지만 어쩌겠는가 집 밖은 위험한걸. 나가고 싶어 하는 아기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잘 놀아주기. 맛있는 식사 잘 챙겨주기 정도였는데,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집콕을 너무 속상해하기보다는 어쨌든 뭐라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쌍둥이에게 두부를 안 먹여본 것은 아니다. 스페인 슈퍼에도 두부를 판다. 까르푸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독일계 저렴한 식료품 체인점인 리들이나 알디에도 약간 스모키 한 향이 나긴 하지만 두부를 판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 체인 중의 하나인 메르까도나에서는 아예 자체 PB 상품으로 두부를 만들어 팔기도 해서 스페인에서 두부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늘 아쉬운 것은 맛과 식감. 특히 식감!!! 왜 이렇게 두부가 질긴가. 고무 씹는 줄 알았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보통 약 3유로 정도인 것 같다. 그 식감 때문에 아이들은 두부를 뱉어버렸다. 어머... 두부가 얼마나 맛있는 건데. 이대로 두부가 맛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난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두부 만들기 프로젝트는 좋은 재료와 좋은 조리법으로 각각 재료의 맛있는 맛을 알았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직 아이들이 맛보지 못한 실키한 촉감의 순두부와 연두부, 거기에서 살짝 더 단단한 찌개 두부, 단단하고 고소한 손두부. 들기름에 지져낸 두부 부침개, 두부조림, 국물이 잔뜩 베여있어서 더 먹고 싶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두부. 이것을 알아야 한단 말이다 얘들아. 사실 한국에서도 선호하는 브랜드와 촉감의 두부가 있었는데, 스페인에서 도장깨기 하듯 각 슈퍼의 두부를 시도해볼 때마다 아쉬움이 가득했고 자꾸만 생각났다. 난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두부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하기도 해서 두부 만들기에 착수.


뭐든지 새로 시도해보는 음식이라면 좋은 레시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계량과 조리법을 정확히 지켜야지만 실패 확률이 낮다. 특히 안 해본 음식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스페인에는 아주 유명한 블로거 한분이 계신다. 본 직업도 셰프이신 한국 분인데, 이분이 가끔 스페인 재료로 한국 음식을 하는 방법을 아주 상세하게 올려주신다. 직장이 무려 미슐랭 레스토랑이라 이분의 프로필 만으로도 뭔가 레시피에 신뢰가 간다. 그것도 그런데,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여럿 풀어주시기도 하고 이분의 레시피를 따라 해 보았을 때 결과물이 정말 만족스러워서 가끔 새로운 음식을 해보고 싶을 때 꼭 따라 해 본다. 이분은 무려!!! 커피 머신인 에어로 프레스로 두부를 굳히시는 분이다. 보다 보면 참 기발한 방법이 많다.


어쨌든 레시피대로 잘 따라 했다. 대두는 뭐다? 스페인어로는 Soja Amarilla(뜻: 노란 콩)다. 바로 샀다. 간수를 만들 염화마그네슘(Nigari)도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믹서기는 집에 있고 거를 망이 없으니 치즈를 만들 때 사용하는 Cheese Bag도 샀다. 가제천 대용이다. 과연 될까 반신 반의 하면서도 저울로 계량을 열심히 하면서 시도한다. 솔직히 레시피대로만 하면 요리는 보통 성공하지만 두부 만들기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과학 실험 같은 느낌이다. 24시간 불린 콩을 도깨비방망이로 갈았다. 그리고 큰 냄비에 물을 넣고 끓였다. 고소한 두유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냥 이대로 마시면 아주 순수한 두유겠지. 향긋한 냄새도 잠시 악!! 넘치려 한다. 얼른 불을 껐다. 그리고 치즈 망에 걸렀다. 아하! 이것이 비지구나. 한 방울이라도 더 있으면 두부가 커지겠거니 해서 꾹꾹 눌러 짰다. 약불에 다시 올리고 니기리로 만들 간수를 휘리릭 뿌린 순간.... 어어어 어ㅓㅓ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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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다! 두유 물에서 투명한 액체가 분리되고 있다. 너무 단단한 두부가 싫어서 불을 아예 끄고 뚜껑을 덮고 기다렸다. 레시피에 보면 간수를 많이 넣을수록 + 불이 너무 쌜수록 두부가 단단해진다고 했다.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든 두부. 집에서도 두부가 만들어지는구나. 너무 감탄스러웠다. 이런 게 나오다니!! 그것도 이걸 내가 만들었다니? 코로나 집콕 중 상당히 뿌듯했던 하루였다. 사실 이렇게 써두어도 꽤나 간단해 보이지만 두부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물론 내가 적은 양을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두부 맛? 말해 뭐하나. 완벽하다. 너무 맛있다. 보들보들한 두부의 맛! 그렇다! 이것이 바로 두부. 아기들에게도 두부 맛을 알려준다. 오오오 먹는다.! 역시 맛있는 건 아기도 안다. 뿌듯함이 두배! 아니 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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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금요일 밤마다 챙겨보는 삼시 세끼라는 프로그램에 두부 만들기가 나왔다. 반가움을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한번 다 겪어본 일이라 그런가 배우 차승원 님이 만들다가 얼굴에 걱정스러운 얼굴이 피어오를 때 간수 조금만 더 넣어보세요. 불 조금만 더 피워보세요.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올 뻔했다.ㅋ 안 그래도 재밌는 프로그램 두부 만드는 편은 더 재밌게 본 것 같다. 나도 그들처럼 마치 섬에 있는 것처럼 살고 있으니 감정 몰입이 더 잘된다. 고군분투하며 낚시하는 유해진 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이 나오고 말이다. 어쨌든 나의 두부도 이들의 두부도 모두 성공적으로 완성했으니 두부 만들기가 불가능은 아닌 것으로.



코로나 덕에 별걸 다해보는구나. 어쨌든 오늘도 살아가는 스킬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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