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롱 Dec 30. 2020

새해를 맞이하며 독서 다짐

답은 여기에 있다는 말 맞을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근사한 파티 같은 건 없었다. 깜짝 선물로 가져간 파네토네 덕분인지 우리 가족은 밑층에 사는 프랑스 언니네에 초대받았다. 이곳에서 가족 간의 식사 초대는 친구 간 정말 가까워졌다는 증표라고도 볼 수 있어 뭉클했다. 2년 만에 가족 다 함께 모여 지내는 다정한 시간에 너무 기대되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초대를 거절했다. 아니할 수밖에 없었다.


신랑 회사의 같은 층에 확진자가 세명이나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았다. 신랑도 소식을 듣자마자 야간에 여는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왔다. 듣던 만큼 끔찍한 검사는 아니었다고 했다. 양쪽 콧구멍과 목안을 휘비적 휘비적 한 후에 끝났다고.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이틀이나 삼일이 걸린다고 했다. 혹시나 하고 기다리는 데 괜히 내 목도 따끔따끔한 것 같고, 머리도 띵하게 아픈 것 같았다. 오히려 검사 당사자인 신랑은 무덤덤했다. 그들과 대화한 적도 없고 가까이 간 적도 없다고 했다. 쌓인 일을 쳐내느라 바빠서 컴퓨터 앞에 계속 있었고, 식사 무리도 달랐다고. 바이러스가 그렇게 공중에 둥둥 떠다니진 않았나 보다. 음성이라는 검사 결과를 받고서야 프랑스 언니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이방인까지 생각해주어 진심으로 고맙다고.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어 이번엔 어렵지만 코로나가 누그러들면 꼭꼭 함께 가족 모여 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다행히 언니도 이해해주는 듯했다.      


조용히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공간만 같이 있었지 아쉽게도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길게 가질 수 없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세끼를 연달아 굶다시피 한 남편. 긴장이 풀리는 연휴 기간, 꾹꾹 눌러두었던 코로나 스트레스가 복통으로 찾아왔나보다. 혹은 지난밤 구운 소고기 한덩이가 속에 거북했나. 아쉽지만 나도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그래도 따사로운 햇살에 낮잠을 유독 길게 잤던 쌍둥이 덕에 나만의 여유를 길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내겐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꼭 필요했던 시간. 그리고 생각해보는 내년의 계획!


스페인에 오기 전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책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의 저자 청울림님의 블로그를 읽다가 뭔가 한대 얻어맞은듯하게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 삶이 바뀐다. 내 삶이 밋밋했다면 내 주변 환경도, 내 생각도 그랬기 때문"

"책을 통해 뜨거운 열정을 배우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갈 동기를 얻는다"


딱 똑같지는 않지만 이런 의미. 코로나라고 바깥으로는 소통할 곳도 없고 현재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에 동기 부여도 잘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던 나에게 딱 어울리는 조언 같았다. 그래서 2021년에는 책을 좀 읽어보기로 결심해본다. 읽는 것 자체보다 인생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전 신년 계획서에 독서는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지만 굳이 그렇게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현재 걱정거리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면 직접 겪어 알아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쉬운 길인가. 부족한 글재주로나마 짧게 글 쓰는데도 이렇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책 한 권을 낸다는 것은 분명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여러 번 다듬고 검증해서 내는 것일 테니. 검색창에서 찾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답을 제공해줄 것 같다. 그러니 주제에 대한 베스트셀러를 읽어보기. 그리고 스스로 납득이 갈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고 싶다.


신생아 아기들이 좀 자라고 나니 내 고민도 다시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어떤 커리어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공백기 이후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특히 스페인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페인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그게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준비든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나 쌓아온 커리어를 활용한 실행이 될 수도 있겠다.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는 주제. 새로 어떤 일을 하기에 늦은 나이라는 생각이 몰려오는 지금.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극복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용기를 보고 배우고 싶다. 지금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다.


끊이지 않는 육아에 대한 의문도 책을 통해 풀어가고 싶다. 쌍둥이 아기가 외국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부모가 현지어를 잘하지 못하는 데다 모국어가 잘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 가게 될 것이니 다중 언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분명 내가 자란 문화와는 국가도 시대도 달라 이곳의 매너를 나도 같이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이방인으로 살아도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과업 중의 하나. 스스로가 한국에 돌아가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한국어도 잘 익힐 수 있고 무엇보다 주변을 배려하고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겠다.    


마지막은 신랑과 머리를 맞대고 늘 고민하는 문제. 다들 생각은 많이 하지만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싶다. 각자 직업은 달라도 노동으로 돈을 벌어 사는 삶에서 자본이 스스로 일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그동안 많은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지만 인생 주기에 따라 할 수 있는 게 변한다. 우리는 지금 맞벌이 부부도 아니고 가족도 둘에서 넷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지출은 많아진 반면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는 줄었다. 그래도 꼭 생각해봐야 하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시간을 내서 책에 자문을 구해보고자 한다.


쓰고 보니 뻔한 이야기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남겨두는 것은 쓰면 가끔씩 다시 읽어보고 되새기기 때문. 약한 의지력보다는 살짝 조금 나은 책임감으로 했던 말을 지키고자 하는 습성 때문이다. 이제 정말 2020년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조금 더 나은 2021년을 맞이 해야겠다.




[독자님께 조금 이른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2020년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브런치를 시작하고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저에게 브런치라는 곳은 매일 글쓰기의 장을 열어준 고마운 곳입니다.


소소한 유럽 일상과 그리워하는 지난 일상에 대한 글을 남기며 발행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렇게 별 것 아닌 글도 누군가 와서 봐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같이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종종 남겨주시는 따뜻한 응원도 멀리서 살고 있는 제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무엇보다 2020년 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조금 더 정성을 기울여 성실하게 글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Feliz Año Nuevo 2021!


마리롱 드림


 

 



작가의 이전글 올해도 수고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