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계의 클래식, 트레바리

by 박여름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충실한 독서 모임계의 클래식, 트레바리를 첫 순서로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쓸던 2021년의 봄, 트레바리를 만났다. 상황이 곧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비웃듯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일 년이 넘게 지속되었고 고립된 생활에 지친 나는 점점 더 우울감에 빠져 갔다. 낯선 자극이 필요했다. 죽어있던 도파민을 살려줄 새로운 무언가가.


새로운 사람들과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아는 바가 없었고, 열띤 검색을 통해 겨우 찾은 모임들은 흉흉한 시국에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드물었다. 친한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상담하니 이내 트레바리를 해보면 어떻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미 트레바리를 몇 번 경험해본 O양의 적극적인 추천에 슬그머니 마음이 열렸다. 그래서, 트레바리가 뭐길래?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독서 모임 시스템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를 가진 트레바리는 2015년에 처음 만들어져 오랜 시간 독서 모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다. 잘 정돈된 홈페이지, 다양한 취향에 부합하는 커리큘럼들, 트레바리 전용 건물, 수많은 참여자들의 추천 후기 등을 보니 O양의 추천에 더욱 신뢰가 갔다. 평소 모든 것의 시작은 전문가와 함께하자는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던 나이기에, 꽤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트레바리를 시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엄격한 선 독후감 제도

트레바리의 최고 장점을 하나 꼽자면 역시 선 독후감 후 참여 제도가 아닐까 싶다. 트레바리는 독서 모임을 참여 하기 전 완독을 하고 (영화를 함께 봐야 한다면 영화까지 보고)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모임 전날까지 올려야 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누가 봐도 독후감이라고 볼 수 없는 글'의 경우 엄격하게 불참 안내까지 한다고 한다. 기준을 읽어보면 그닥 까다로운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고등학교 이후 독후감에서 손을 놔버린 나는 무척 부담이 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모임원들이 쓴 독후감들은 어찌나 논리정연하고 멋져 보이던지. 글을 썼다 지우길 수십번, 마감시간은 지켜야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올린 첫 독후감이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는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이라는 책을 읽고 주인공 모모가 가르쳐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글을 썼었다. 인생의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나갈 용기를 얻는다는 나의 글에 어떤 분이 고맙게도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셨다. 변변찮은 글솜씨였지만 그 댓글이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이후 참여한 모임에서도 글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기 위해 모인 자리라는 것이 느껴지니 훨씬 부담이 덜해졌다.


혹시 예전의 나와 같이 독후감을 쓴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면 그 짐을 내려놓아도 좋다. 아무도 여러분의 글을 평가하지 않는다. 독후감을 쓰려면 당연히 완독을 해야하기에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잡히는 것은 물론이고, 글을 쓰며 독서 중 들었던 생각이 논리적으로 정리가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미리 써야하는 성가신 과정을 수행하고 참여하는 모임이기에, 모임원들이 대체적으로 책의 내용과 주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독서 토론에도 성실히 임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타 독후감이 없는 독서 모임들과 비교해봤을 때 이 장점은 더욱 돋보인다.


독서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

독서 생활의 심도가 더해진 것과 더불어, 비록 한 달에 한 번이긴 했지만 주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약속이 생겼다는 것은 나에게 무척 위로가 되었다. 바닥을 찍었던 사교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 되기도 했고 발제문에 대해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러 계열의 회사원, 변호사, 개발자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직업을 가진 모임원들은 각자의 인생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의견들을 제시했다. 고립되어 살며 편협해져 갔던 나의 시각도 함께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정기 모임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유동적으로 진행되는 번개 모임에 참석할 수도 있다. 정기 모임 후 저녁이나 술을 먹는 뒷풀이,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원데이 클래스나 특정 행사에 참여하며 더 자주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나도 방역 수칙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번개 모임에 참여했다. 정기 모임에서 비교적 진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면 번개 모임에선 꽤 친밀한 대화를 나누며 모임원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만남이 삼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유감이지만, 듣기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트레바리에서 오래 갈 친구를 만나 모임이 끝난 후에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비싼 참여비

그러나 트레바리 참여를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트레바리의 주된 독서 모임은 총 두 종류가 있다: 일반인 파트너가 이끄는 '함께 만드는 클럽'과 여러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가 진행하는 '클럽장 있는 클럽'. 전자의 경우 4개월 참여비가 평균 20만원 초반, 후자는 30만원 중반 정도로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기 모임 한 번에 5~8만원 이라니.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사회 초년생이던 나에게는 더욱 비싸게 느껴졌다.


물론 비싼 비용만큼 제공되는 혜택들도 많다. 기본적으로 트레바리 전용 건물이 있어 따로 장소 이용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파트너와 클럽장이 친근하고 체계적인 모임 진행을 돕는다. 덧붙여 내가 신청하지 않은 다른 모임에 일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러가기' 혜택과 멤버십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제휴 브랜드 할인 혜택도 있다.


무엇보다 트레바리가 아닌 다른 독서 모임들에도 참여해본 결과, 참여비가 비싸면 심각하게 이상한 사람들은 잘 꼬이지 않았다. 일회 모임에 5만원 이상의 돈을 들이는데다 독후감까지 써서 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독서에 진지한 관심이 있다는 방증일테니까. 차후 연재하는 글에서 자세하게 쓸 계획이지만, 참여비가 낮거나 무료 독서 모임에는 독서 이외의 것들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예를 들어 연애 목적이라던지)이 종종 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음을 밝혀둔다.


서울에 집중된 오프라인 모임

오프라인 모임 장소가 서울에 제한된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트레바리의 오프라인 모임은 안국과 강남에서 운영되고 있다. 나른한 주말 오전에 서울까지 가서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건 사실 번거로운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이고 경기도민이라 교통이 편리해 괜찮았지만,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러한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기는 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럽장 구독 클럽'이라는 탭을 보니 온라인으로 한 달에 한 번 클럽장과 라이브 세션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이 있는 듯 하나, 오프라인 모임이 주는 이점을 온전히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로 현재 트레바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레바리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건 분명하다. 외로웠던 시기에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를 쌓을 수 있어 좋았고 낯설었던 독서 모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테마의 독서 활동을 해보고 싶은 분들, 체계적인 독서 모임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께 특히 추천을 드리며, 장단점을 고루 고려하여 합리적인 독서 모임 생활을 하시길 바란다.


<트레바리 관련 링크>
* 홈페이지: https://m.trevari.co.kr/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revari_official?utm_source=ig_web_button_share_sheet&igsh=ZDNlZDc0MzIx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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