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기억]
엄마는 나를 가졌을 때 흰 아카시아 꽃이 가득한 길을 걷는 꿈을 꿨다고 했다.
그동안 살면서 맡아본 적 없는 달큰하고 향기로운 향을 맡는 동안 뽀얀 꽃잎이 하늘하늘 흩날려서 꿈에서 깨고 난 뒤 얼마나 예쁜 아가가 나올지 매일 기다려졌다고 했다.
나는 아카시아가 뭔지도 모를 때부터 그 이야기를 유독 좋아했다. 한 살 한 살 더 먹어서도 나는 가끔 떠오르면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천성이 조곤조곤하고 말수가 별로 없었던 엄마는 매번 태몽 이야기를 물을 때마다 싫은 내색 없이 가만가만 똑같은 이야길 다시 들려줬다. 그 짧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선 환한 햇빛과 흩날리는 흰 꽃잎들이 떠다녔다.
그렇게 자라 어느 해 봄, 진짜 아카시아 꽃을 마주쳤다. 생각보다 작고, 하얗고, 향기로웠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나는 기억 속에서 잊고 지냈던 노래의 후렴구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사람처럼 아주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계절은 어김없이 봄이 되고, 아카시아 향이 퍼지는 여느 길을 가끔 지나가게 되지만 지금은 그 꿈을 꿨던 엄마는 없다. 나는 그 향기를 맡을 때마다 엄마를 떠올린다. 아니, 그 향기 속에서 나를 따뜻하게 기다렸을 엄마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알고보면 내가 좋아했던 건 단순한 아카시아 꿈이 아니라, 엄마가 내 존재를 그렇게 따듯하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나를 기다리던 향기였던 아카시아는, 이제는 내가 엄마를 기다리는 향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