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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02. 2020

대학원생도 방학이 있나요?

네니요.

  대학생의 꽃은 방학이다! 모든 대학생은 동등하게 방학을 갖는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방학은 교수님마다 다르다. 같은 학교지만 다른 과에 있는 오빠의 경우 방학이 존재한다. 방학기간에는 본가로 내려가 연구를 진행하는 듯하다. 나는 방학이 없다. 많이 아쉽다. 지도 교수님은 대학생 방학 기간을 매우 좋아하신다. 수업 준비 없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 중에 비해 교수님의 관심 빈도가 잦다. 정말 잦다. 덕분에 연구 진행 속도가 빨라질 때도 있고 심도 있는 질문 덕분에 연구 속도는 느려지지만 깊은 연구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물론 좋지만, 방학이 없다는 건 여전히 많이 아쉽다.


  대학원생은 쉴 수 없는 공부 노예인가? 아니요, 휴가가 있다! 내가 속한 연구실은 1년에 총 10일의 휴가가 있다. 소중한 휴가 10일과 공휴일을 잘 활용해 일 년에 두 번 정도 긴 휴가를 떠난다. 본가로 갈 때도 있고 비행시간이 아까워 가까운 해외로 놀러 갈 때도 있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에 10일로 6년 동안 나는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한 여름밤의 꿈같던 2박 3일 보라카이

대형 에어 프라이기 속 같던 3박 4일 시안

언니들과 떠난 첫 여행 3박 4일 제주도

제2의 고향 4박 5일 하와이

요가의 성지 5박 7일 우붓

뜻밖의 경유지 1박 2일 밴쿠버

신혼여행 찬스로 로맨틱 3박 4일 프라하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6박 7일 아테네 & 산토리니

학회 후 하루 이틀의 짧은 휴가로 샌프란시스코, 헬싱키, 그리고 비엔나

  지금도 힘들 때면 달력을 보며 언제 휴가를 쓸까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달력 종이를 더 이상 넘길 수 없을 때 비로소 고민은 끝이 난다. 찜해 놓은 여행지를 다 못 갈 수도 있다. 그래도 생각한다. 참 꿀 같은 휴가다.


  대학원생의 휴가 사용 시 장점은 윗사람과의 조율이 필요 없다. 직장에서는 종종 상사와 휴가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속한 연구실은 본인의 연구에 지장만 없다면 언제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떠날 수 있다. 다만, 교수님께 언제 휴가를 사용할 건지 주기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잘 까먹으신다. 연구실 달력에도 체크를 하고, 기록에 남도록 메일도 보내고, 가기 며칠 전에도 직접 얼굴을 보며 말씀드린다. 아무리 귀찮고 번거로워도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가!  




  "우리도 방학이 있었으면 좋겠어. 한 달도 필요 없어. 2주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지쳐있을 때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돌아오는 답변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2주를 주면 한 달을 원할 거야."


  맞는 말이지만 짜증 나지 않은가? 그래서 앞담화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인데 말 진짜 재수 없게 한다고. 그럼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서로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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