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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10. 2020

해외학회는 해외여행 가는 거 아니야?

그냥 자비로 해외여행을 갈게...

  여행은 휴식을 목적으로 간다. 사전적 의미로 휴식이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동안 쉬는 것'이다. 하지만, 학회는 학회를 목적으로 간다. 사전적 의미로 학회란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더욱 발전하게 하기 위하여 공부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휴식에 빗대어 개인적으로 풀어쓰자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잠깐 동안 일을 더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해외학회는 해외여행이 될 수 없다.


  학회에 참석하기 전 연구원들은 어떻게 지낼까? 석사 때부터 매년 참석 참석하는 학회가 하나 있다. 날씨와 사람이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12월마다 학회가 열린다. 이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7월쯤에 '초록'을 제출해야 한다. 초록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왜 필요한지, 분석을 했더니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어디에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 모든 내용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는 것은? 비행기를 타기 전날까지 주말 밤 낮 할 것 없이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학회 초록에 작성한 (예상) 결과를 창던지기에 비유한다: '창을 최대한 멀리 던지고, 미친 듯이 달려가서 그 창을 잡자.'


  학회장에서는 무엇을 할까?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학회에 오기 전까지 열심히 일 했던 나의 연구를 알리는 것이다. 서로 알고 있는 연구자들이나 논문으로 나에게 도움을 줬던 저자들이 학회에 참석한다면 미리 메일 상으로 나의 발표는 언제 몇 시에 있는데 왔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거나 정말 지금 연구에 도움이 필요하면 점심 식사를 같이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한다. 최고의 광고효과와 많은 것을 배워 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직접 발로 뛰는 것이다. 학회장에서 1만 보 이상 걷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나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을 찾아 그들의 발표를 듣고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본다. 만약 당일 학회 주제가 나와 맞지 않으면 홍보관에서 새로 나온 장비들을 구경하고 기업/대학원 일자리 광고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학회장을 돌아다닌다.


  진짜, 솔직히, 학회장에만 있는지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다. 학회 당일 스케줄을 확인하고 듣고 싶은 구두 발표가 아침 9시 정도에 있다면 조금 더 잔 후에 늦은 출근 도장을 찍을 때도 있다. 익숙해지지 않은 시차, 전 날 1만 보 이상의 걸음, 그리고 한국어가 아닌 영어가 들리는 세상에서는 늘 몸이 피곤하다. 점심시간에는 개인적으로 잡아둔 약속이나 교수님께서 초대한 식사자리가 없다면 오후에 가장 빨리 들어야 하는 발표시간에 맞춰 점심을 먹으러 간다. 여유가 있다면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실 수 있다. 그 덕에 한국에서는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블루보틀’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셔 보기도 했다. 


  학회가 즐겁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즐겁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학회장에 있으면 나의 결과를 정말 흥미로워하는 사람도 있고 연구 중에 힘듦을 격하게 공감해 주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해결책을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즐거워도 여행과는 엄연히 다른 즐거움이다 :) 



  "나 여행 가고 싶어!"

  "12월에 여행 가잖아~"

  "뭐? 학회?? 그게 여행이야??? 여행 가고 싶다고~ 여행! 여행!! 여행!!!"

  "   "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 자주 돌아오는 답변. 자주 하는 투정. 늘 마무리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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