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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19. 2020

대학원생이 결혼을?

못 할 건 없죠.

  "저 결혼해요 :)"

  "뭐? 누구랑?!"

  "연구실에서 제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요"

  "대학원생?! 너 흙 퍼먹고 살거니?"


  기쁜 마음으로 결혼 사실을 알렸지만 듣기 불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후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그 공간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 했던 느낌만 강하게 남아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그렇게 말했는지 알고 있다. 사실 나도 결혼하기 전 엄마에게 왜 아빠와 결혼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엄마는 기업과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꽃 강사였고 아빠는 대학원생이었다.


  "우선 아빠를 사랑했고. 아빠는 뭐든 될 줄 알았어."


  박사과정이 힘들어 때려치우고 싶을 때 주변에서 하는 말이 있다. '그래도 박사님이 될 거잖아.' 혹은 '끝나면 교수되는 거 아니야? 포기하지 마!'이다. 여기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박사를 졸업한다고 밝은 미래가 약속된 것도 아니고 교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박사 졸업장을 받은 사람이 될 뿐이다. 투자한 시간만큼 높은 연봉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그분이 나에게 (둘 다 미래가 불명확하니) 흙을 퍼먹고 살 거냐는 질문을 하셨을 것이고 내가 엄마에게 왜 (대학원생인) 아빠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물어봤던 것이다. 엄마의 대답에 난 “우리 엄마 대단하네? 어른이시네요?”라고 까불었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의 결혼은 사랑이었다. 가끔 엄마는 장난으로 아빠에게 오빠라고 부르고 (아빠 표정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빠는 엄마가 우리 집 왕이라고 칭한다. 어렸을 땐 그런 둘의 모습을 보기도 듣기도 싫었지만 지금은 좋다. 아직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대학원생 두 명이 결혼을 했다. 아직 사회에 나가 보지 않은 대학원생 두 명이 결혼을 했다. 하지만 혼자였을 때 보다 둘이어서 생활이 더 즐겁다. 그리고 더 안정적이다. 다행히도 (?) 아직까지(?) 흙을 퍼먹고 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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