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쓰인 글

by 선여름


여름의 초입에 쓰인 글들을 좋아한다

우연히 마주친 글의 전개가 여름식이라면 더 좋지

온갖 싱그러움을 다 머금고 있는 듯한

초록빛의 글들


모두를 괴롭게하고는, 오래 지나 돌아보면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운 기억만 남기고 갔다는,

그렇기에 ‘미화의 귀재’라고 불리우는

그 이름은 여름


자신의 지난 악동 짓은 들추지 않고

오직 ‘푸르름’만을 운운하며

다시금 더위에게 손 흔드는 어리석음들을

여름은 즐기고 있는가


아직 그리 덥지도 않은 이제 막 여름에

뜨겁고 따가운 여름의 극을 생각하려니

피부로 느껴지게 와닿진 않지만

늘 그리고 있는 어느 절정의 여름날이 있다


그래서인지 공연히

초록색 음악을 찾아 듣고

초록색 사진을 뒤적거리며

초록색 글을 써 내려가는 초(草綠)여름


우리에겐 모두 서툴었던 ‘여름’이 있다

설됐지만서도 마치 삶의 전성기처럼 느껴지던

그런 순간이 적힌 날들을 돌아본다

그 나무줄기 같은 문장력과

나무껍질마치 단단했던 생명력을 떠올린다


마치 깨발치서 초여름 우리를 비웃고있는

한여름을 알아채듯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그때 몰랐기에 좋았더라고

여름은 우리에게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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