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사랑동경

(fiction #1)

by 선여름


조, 그를 정의하자면

불필요한 첨언은 하지 않는다.

언어를 사치품이라 느끼는 그에게,

그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 사랑, 동경.

그 이상의 사랑, 사랑, 동경.

동경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 말한다.

동경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라 한다.

적어도 수년간 내가 지켜본 그는 그러하다.

그에게 첫 번째 위기가 닥쳤을 때

그는 동경해 버렸고 곧 사랑에 빠졌다.

아, 그는 쉽게 동경한다 아주 쉽게.

그 모양인 그는 쉽게 사랑에 빠진다 아주 깊게도.


빵집에서 자던 그를

종업원이 깨운 일이 있었는데

이건 그의 인생에서 46번째 위기에 해당하며

역시 그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종업원이 쓰고 있던 두건과.

그때부터 ‘두건을 쓴 사람’을 동경하게 된 그는

자신도 ‘두건을 쓴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는 당장 두건을 있는 대로 사모으고 싶었으나

그건 안타깝게도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그에겐

길을 어슬렁거리다 주운

색이 다 바랜 스카프 쪼가리가 생겼다.

그는 그것과 함께

매일 빵집에 가 잠을 청했다.


그에게 47번째 위기가 닥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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