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하셨다면,

그 글로(그걸로) 충분하다.

by 여름별아빠

“웅~~”


손목 위 워치에서 쉴 새 없이 진동이 울렸다.

지난 8월 매주 일요일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글을 올릴 때면 매번 제일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손목을 때리는 설레는 진동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서 브런치의 알람소리가 가장 기다려진다는 글을 많이 봤었는데, 나 또한 그 순간이 가장 설레고 기다려졌다. 그 손목을 살짝 때리는 브런치 알람 진동맛이 그렇게 좋았다.

다른 일을 하다가 살짝 워치를 풀어놓다가도 글을 발행할 시간이 되면, 그 알람맛을 잊지 못해 굳이 워치를 찾아서 손목에 올리곤 했다.


작년 8월 무턱대고 작가 신청을 해서 운 좋게도 한 번만에 승인이 났다. 그래서인지 아무 준비도 없이 호기롭게 바로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다. 그때는 브런치북과 매거진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플랫폼 이름 자체가 브런치니, 당연히 브런치북을 연재해야 한다고 막연한 생각에 글을 써 내려갔다. 브런치북 최소 연재인 10화를 목표로 했지만, 글을 매주 연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주 장문의 글을 연재하시는 다른 작가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쓰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생겨 목표보다 2화를 더해 12화로 연재를 끝냈다. 연재를 끝내고 나니, 마치 큰 숙제를 하나 끝낸 것처럼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 한동안 글을 좀 쉬어야겠다 ‘ 고 생각했다. 그만큼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매주 느꼈던 압박감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손목의 떨림은 굳어져 갔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나를 설레게 했던 내 손목 위 살점의 떨림은 어느새 급격하게 줄어들고, 굳어져 갔다. 가끔 워치가 울려 반가운 마음에 확인해 보면, 라이킷이 아닌 브런치팀의 글쓰기 독려 알람이었다.

마치 ‘얼른 보고서 작성해서 결재 올리라는 상사의 말’처럼.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저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어떤 주제를 써야 할지는 고민만 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떨림을 잊지 못한 매거진의 시작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집에 커다란 트리 하나를 들여왔다. 거리에는 캐럴음악과 환하게 비추던 트리, 즐거운 연말 분위기도 확연히 줄어든 요즘, 집에서라도 흥겨운 연말분위기를 즐겨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주말 저녁에 트리를 보며, 느닷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생각난 게 바로 매거진이었다. 곧바로 매거진을 만들어 글을 하나 발행했다. 즉흥적이었지만, 매거진을 통해 소소한 나의 일상 이야기라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글을 발행하고 나니,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손목 위 살점의 떨림들이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웅~~”

워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글을 발행하니 마치 심장박동같이 나를 설레게 했던 워치의 진동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글을 다시 공감해 주시니 기뻤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쓰고, 저장하고, 발행하면서 마음 편하게 매거진을 즐겼다.

‘처음부터 매거진으로 시작할걸’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확실히 매거진은 글이 노출되는 횟수나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라이킷수나 조회수는 브런치북을 연재할 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줄어든 라이킷과 조회수만큼 나의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내 글이 뭔가 공감이 되지 않는 걸까, 뭐가 잘못된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진심 어린 엄마의 공감

요즘 방학이라 매일 아침 출근 전, 엄마가 아이들을 봐주시기 위해 집으로 오신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일이다.

“엄마, 밖에 많이 춥죠? 오신다고 고생하셨어요. “

“아이다. 오늘 밖에 별로 안 춥던데.”

엄마는 늘 괜찮다고만 하신다. 그렇게 간단하게 아침인사를 마치고, 엄마가 지난번 붕장어 글에 대해말씀하셨다.

“몇십년도 지나서 나는 다 까먹고 있었는데, 니는 어째 그걸 다 기억하고 있노? “

“니가 쓴 글 읽고 나니까 갑자기 몇십년전 그 장면들이 막 떠오르더라. 그때 너거 키우면서 참 즐겁고 행복했는데. 그 생각하니까 막 눈물이 나더라.“


엄마의 그 말에 ‘아차’ 싶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내심 사람들의 많은 관심만을 기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나의 글을 읽고 진심으로 추억하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잊고 있던 그 다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게 라이킷이나 조회수에 연연하며, 움츠러들었던 나의 마음은 다시 편안해졌고, 나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며, 고치고, 다시 쓰며,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엄마가 좋아하셨다면, 그 글로(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오늘은 워치를 잠시 벗어 놓아야겠다.”




(감사의 글) 바쁘신 와중에도 늘 댓글 달아주시고,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커피향기님, 좋은생각님, Joyce 노현정 작가님, 은진 작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덕분에 제가 힘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는 여름별아빠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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