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겅질겅 소라구이 두개
구랑위섬은 자동차가 없다. 장난감 같은 전동차를 타고 다니는데 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짐만 차에 맡기고 십여분 걸어 간 구랑위빌라호텔은 객실 입구가 미로처럼 되어 있어 들고 날 때마다 방향을 생각하며 머뭇거렸다. 숙소에서 잠시 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모였는데 한 팀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사람들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입고 있는 옷이라던가 그때그때 특징으로 일행을 설명했는데 빨간 카디건 입은 아줌마 부부가 오지 않았다. 배도 고프고 오래 서 있으려니 다리도 아팠다. 일행들이 조용히 기다리다 술렁이기 시작했다. 길을 못 찾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되어 찾으러 가려고 할 때 그 부부는 바닷가를 산책하다 뒤늦게 나타났다. 순한 사람들은 불평도 하지 않았다.
일정이 워낙 빽빽해 잘 때 외에는 쉴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구랑위 섬에서는 저녁 식사 후 일정이 따로 없었다.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해변을 걸을 수도 있고 식당의 야외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맥주를 마실수도 있다. 그게 여행이지. 문제는 6시가 되니 깜깜해져 해변을 걸으려 해도 깜깜해서 바다도 보이지 않았고 호텔 주변에 포차가 몇 개 있을 뿐이다.
그래도 해변펍에 앉을 생각으로 들뜬 나. 남편은 배부르다며 맥주를 사고 들어가자고 했다. 미쳤나 보다. 망고주스와 과일컵을 남편손에 들려주고 맥주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샤먼은 따뜻한 지역이라 열대과일이 달아 여행하는 동안 손질한 망고컵을 많이 사 먹었다.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괜찮았다. 열대과일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조용한 섬이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패키지 일행 들인듯한 사람들이 모여 소리 높여 대화를 했다. 누나 동생하면서. 활달한 그들은 우리 팀과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술을 많이 먹은 남편이 구입한 고량주를 내놓으려고 하자 아내가 화를 내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남편은 꼼짝 못 하고 조용히 구시렁거렸다. 권력구도가 보였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우리 가이드에게 뭘 묻던 자유여행객이 앉아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들의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운 소라가 보였다. 제주에서도 뿔소라구이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나는 막 구워 철판에서 지글거리는 그것이 너무 먹고 싶었다. 뿔도 조금 있었다.
"남편 뿔소라 좀 사다줘."
"어떻게?"
"그냥 메뉴판 가리켜."
남편이 한참 뒤에 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너무 비싸."
위안화를 조금만 바꿨더니 남편 아주 쫌생이가 되었다.
"네 개가 사만 원이 넘어. 돈이 부족해서 두 개만 달라고 했어."
카드도 있는데 두 개만 달라고 하다니, 남편 그런 넉살이 있는 사람이었어? 한국말도 잘 못하는 사람이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말이지.
뿔소라는 아주 오래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기다려 받은 뿔소라는 손질도 어렵고 겨우 속을 꺼내어 씹으니 질겅질겅 질겼다. 분명 다른 테이블의 그들은 아주 맛있게 먹는 것 같았는데 말이지. 질겅질겅 뿔소라는 맛없었지지만 그 밤은 기분 좋았다.
그런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