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더 똑똑해졌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긍정심리학 관점에서 본 AI 시대의 일의 설계

by 유준희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오늘날 일의 구조와 조직문화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예측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협업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종종 간과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AI는 직원들의 심리적 웰빙(Well-bein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025년 4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응용과학대학과 LMU 뮌헨 심리학과 연구진은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자 긍정심리학의 PERMA 모델을 업무설계 프레임워크에 접목시켰다. (AI and work design: A positive psychology approach to employee well-being ) 이들의 연구는 기존의 기술 중심 접근을 넘어, 인간 중심의 AI 설계 원리를 제시한다.



“AI는 우리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그간 많은 AI 도입 사례들은 생산성, 효율성, 비용 절감 같은 외재적 가치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AI는 단지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업무 방식, 조직 내 역할 인식, 인간관계와 자율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AI는 직원의 동기, 감정, 몰입, 인간관계, 의미의식 등 심리적 자원을 증진시킬 수도, 훼손시킬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PERMA 모델이다. 긍정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이 제안한 이 모델은 인간의 웰빙을 다음 다섯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Positive Emotions (긍정 감정)

Engagement (몰입)

Relationships (관계성)

Meaning (의미)

Accomplishment (성취감)



AI 업무설계에 PERMA를 통합한다는 것은?


연구진은 이 PERMA 모델을 업무 설계에 적용하여, AI가 어떻게 각각의 심리적 자원을 증진 또는 훼손하는지를 분석했다.


1. Positive Emotions (긍정 감정) 기술은 따뜻할 수 있을까?


AI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업무 성과를 시각화하여 성취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감시형 시스템은 불안과 불신을 유발할 수 있다.


� 증진 가능성:

AI는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에서 AI 챗봇이 1차 문의를 처리하면 직원은 더 가치 있는 상담에 집중할 수 있고, 이는 성과에 대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높인다.


⚠️ 훼손 가능성:
반면, 직원의 행동을 추적·분석하는 AI 기반 성과 관리 시스템이 불투명하게 작동하거나 설명 책임(explainability) 없이 평가 결과만 통보할 경우,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 감정적 소외를 유발한다.

“무엇 때문에 점수가 낮았는지 알 수 없어요. 그냥 모니터링 당하는 기분이에요.”


→ 대안: 사용자 친화성과 투명성, 개인 맞춤형 피드백 시스템 도입



2. Engagement(몰입) AI는 몰입을 도울까, 방해할까?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면, 직원은 창의적/전략적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반면, 자율성을 제한하거나 과도한 지시적 AI는 몰입을 방해한다.


� 증진 가능성:

AI는 단순한 보고서 작성, 일정 조율, 반복적 계산 작업 등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직원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한 예로, 마케팅 팀에서 AI가 고객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주는 덕분에 팀원은 인사이트 도출과 아이디어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됨.


⚠️ 훼손 가능성:
하지만 AI가 업무를 지나치게 세분화하거나, 자동화 알고리즘이 “어떤 업무를 언제 누구에게 줄지”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직원은 일에 대한 소유감과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몰입은커녕 기계처럼 일하는 느낌에 빠지기 쉽다.


→ 해결책: 창의성과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은 인간의 몫으로 남기기



3. Relationships(관계성) AI가 팀워크를 만든다고?


AI 기반 협업 도구는 원격 환경에서도 연결감을 높인다. 하지만 인간 간 대면 소통을 완전히 대체하면 고립감을 유발할 수 있다.


� 증진 가능성:
하이브리드 근무나 글로벌 협업 환경에서는 AI 기반 협업툴(Slack, Microsoft Teams 등)이 언어 장벽을 허물고 실시간 정보 공유를 지원함으로써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 Slack의 AI 번역 기능은 다국적 팀에서 즉시 이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여, 관계적 연결감을 촉진한다.


⚠️ 훼손 가능성:
그러나 업무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 자동 메시지, 챗봇 응답으로 대체될 경우, 팀원 간의 감정적 교류와 상호작용의 기회는 줄어든다. “모두 온라인이긴 한데, 같이 일한다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이런 환경에서는 고립감, 인간관계 단절, 신뢰 부족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 해결책: AI는 커뮤니케이션을 ‘보완’하고, 직접 상호작용 기회를 병행 확보



4. Meaning (의미) AI 시대,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AI가 조직 목표와 개인의 업무를 연결 지어주는 피드백 시스템을 제공하면, 직원은 자신의 일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 증진 가능성:
AI는 직원 개개인의 업무가 조직의 미션과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시각화함으로써, 그 일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대시보드가 “당신의 기여가 전체 팀 목표의 18%에 해당한다”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설계할수 있다.


⚠️ 훼손 가능성:
반대로, AI가 자동으로 과업을 배정하고, 결과만 평가하는 구조에서는 직무가 하나의 조각처럼 단절되고, 직원은 자신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냥 오늘 할당된 것만 처리해요. 이게 어떤 큰 그림에서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 해결책: 개인의 업무가 어떤 조직적, 사회적 목적에 기여하는지를 가시화



5. Accomplishment(성취감) 성과의 주체는 누구인가?


AI는 개인화 학습,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성장 경로를 구체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자동화는 비판적 사고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 증진 가능성:
AI는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제시하고, 실시간 피드백과 성장 추적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한 예로,

LinkedIn Learning은 AI 코치가 학습 진행률을 분석하여, “이제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 보세요”라는 구체적 제안을 주며 성취감을 촉진한다.


⚠️ 훼손 가능성:
그러나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문제 해결 과정이 모두 AI에게 맡겨진다면, 인간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동적 존재가 되어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줄어든다. “AI가 추천한 대로만 했어요. 저는 그냥 따랐을 뿐이에요.” 이는 자기 효능감과 전문성의 퇴행을 유발할 수 있다.


→ 해결책: 판단과 책임을 요구하는 과업에 인간의 참여를 보장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AI는 분명 우리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사람의 심리적 자원을 소진시키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기술 혁신은 오히려 조직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다.


조직이 AI 도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효율성뿐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 자율성, 의미부여 등 직원의 내면적 경험까지 고려하는 포괄적 업무설계가 필요하다.


실제로 Slack의 AI 실시간 번역, LinkedIn Learning의 AI 코칭, AI 기반 학습 플랫폼 등은 PERMA 요소를 적극 반영해 설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AI가 잘 설계되었을 때, 사람을 성장시키는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우리의 일에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의 무게만큼, 사람의 감정, 동기, 관계, 성장 욕구를 설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설계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우리 조직의 AI는, 사람을 돕고 있는가?”

웰빙 중심의 업무 설계는 선택이 아니라, AI 시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글 / 유준희 대표 (조직문화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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