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AI 전환 전략

행동역학 관점에서의 인간중심 AI전환관련 연구리뷰

by 유준희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AI)을 조직 내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의 조직에서는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서 업무의 흐름과 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조직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서 구성원의 정서적, 심리적, 행동적 변화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스웨덴 고텐버그대학교와 찰머스공대 연구팀이 발표한 「Human-Centered AI Transformation: Exploring Behavioral Dynamics in Software Engineering」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연구진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이에 크게 의존하는 조직들의 대상으로, AI 전환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중심의 행동적 역학을 분석하였다.




AI 전환은 인간의 행동, 감정, 사고방식의 전환이기도 하다


조직의 AI 전환 과정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변화는 구성원 개인의 인식과 감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초기에 많은 구성원이 AI의 실효성과 정확도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며 불신과 혼란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게 진짜 AI인가요, 그냥 알고리즘 아닌가요?”, “우리가 왜 이걸 써야 하죠?”와 같은 반응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AI를 실제로 사용해보고, 그 가능성을 체험한 일부 구성원은 점차 이를 아이디어 확장이나 반복 업무의 자동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AI에 대한 이러한 태도 전환이 개인의 성격 특성, 예를 들어 ‘개방성’, ‘호기심’, ‘보수성’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개방적인 구성원은 AI를 학습하고 실험하는 데 적극적이며,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창의적인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반면 변화에 소극적인 성향의 구성원은 기술의 한계, 조직의 보수성, AI 남용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느끼며, AI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AI 도입은 감정의 변화도 수반한다. 일부는 AI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흥분’, ‘기대’를 나타내지만, 동시에 ‘두려움’, ‘혼란’, ‘죄책감’, ‘좌절감’도 적지 않게 드러난다. 특히 “AI가 예술적인 영역을 대체한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게 될까?” “조직은 나를 대체 가능한 존재로 보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질문은 감정적 불안을 촉발시킨다. 이러한 감정은 때로 ‘스트레스’와 ‘과중한 변화 압력’으로 이어진다. “AI 관련 변화만 따라가도 하루가 부족하다”는 구성원의 말은, 빠른 기술 변화가 어떻게 구성원에게 정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팀과 조직 수준에서도 새로운 긴장이 등장한다


조직 내 AI 도입은 개인 수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는 팀과 조직 수준에서도 중요한 역학 변화를 발견했다. 먼저 그룹 수준에서는 AI가 협업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통적인 분업 기반의 팀 구조보다, 다양한 기능을 넘나드는 크로스펑셔널 협업이 필요해지며,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애자일한 업무 방식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대 간 기술 수용 속도의 차이, 역할에 따른 인식 차이, 구성원 간 협업 방식에 대한 이견은 갈등과 정치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


조직 수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견된다. AI 전략의 불명확함, AI 사용에 대한 과도한 기대 또는 무조건적인 회피, 부서 간 중복 투자 등은 조직 전체의 AI 전환 속도를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조직은 AI 도입에 매우 보수적인 접근을 보이며, “1940년대 기술 표준을 아직도 유지한다”는 인터뷰 응답처럼 변화에 소극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반대로, 실험과 학습을 장려하는 조직은 비교적 원활한 전환을 보이며,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속도도 빨랐다. 이처럼 조직 문화의 차이는 AI 전환의 깊이와 넓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편, 외부 이해관계자의 압박, 규제 변화, 데이터 보호 이슈 등은 AI 전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일부 부서는 조직 내부의 정책이나 보안 우려로 인해 외부 LLM 도구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각 부서가 별도로 AI를 추진하면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른바 ‘사일로 현상’도 드러났다.




AI 전환의 핵심 장애물 6가지

연구는 조직이 AI 전환 과정에서 마주하는 공통의 과제를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변화의 방향과 목적이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 AI는 불안의 대상이 된다.


윤리적 우려
민감한 정보의 사용, 외부 도구 활용에 대한 불신,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AI 활용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다.


조직의 준비 부족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정렬력의 부족은 AI 도입을 지연시킨다.


변화 저항
실직에 대한 두려움, AI에 대한 무지, 학습에 대한 피로감은 기술 도입에 대한 내적 저항을 야기한다.


역량 격차
AI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기본 기술 및 프롬프트 작성 능력 등의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장기적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


AI 활용의 전략 부재
AI를 ‘도구’로 볼 것인가, ‘팀원’으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방향 설정이 부족할 경우, 혼란이 증폭된다.




구성원의 경험은 ‘진보적’ 또는 ‘안정적’으로 나뉜다


연구는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이 AI 전환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러티브 분석도 수행하였다. 결과적으로 모든 응답자는 AI를 ‘퇴행적’ 또는 ‘파괴적인 변화’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반응은 진보적(긍정적 수용) 또는 안정적(변화 유보)인 경향을 보였다.


개발자나 IT 관리자 등 AI 활용에 익숙한 역할은 AI를 성장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HR, 시스템 엔지니어 등 아직 AI가 실질적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역할은 변화 가능성을 인지하되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AI 전략 수립과 도입을 주도하는 신규 직무(예: AI 팀 운영 보조, AI 전략 책임자 등)의 경우, 변화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실질적 실행에서 마주치는 정치적 저항과 조직 내 장벽에 대한 부담도 크게 나타났다.




AI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인간’의 문제다


AI 전환은 기술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성공적인 AI 전환을 위해 조직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성향과 역할에 따라 맞춤형 변화 서사를 설계하고, AI 도입의 목적과 방향을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AI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기초 교육부터 고급 실습까지 다양한 학습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실패를 허용하는 실험적 문화와, 일상 업무 속에서 AI를 활용해보는 소규모 파일럿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조직 내 부서 간 이해관계와 전략의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AI 전환 리더십’**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 기술보다 앞서 사람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AI 전환의 성공은 기술의 수준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달려 있다.



글 / 유준희 대표 (조직문화공작소)


참고문헌:

Theocharis Tavantzis & Robert Feldt (2024), Human-Centered AI Transformation: Exploring Behavioral Dynamics in Software 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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