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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et엄마 Nov 30. 2020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는 건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아이들과 깔깔거리며 침대에 누워 있는데 얼굴이 사색이 된 남편이 방으로 들어왔다.

“나 아버지한테 다녀와야겠어.  동생이 아버지 모시고 응급실로 가고 있어”

서둘러 나가는 남편을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와 아이들은 놀라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무나 건강하셨던 아버님

시아버님은 최근까지 참으로 건강하셨다.  80이 가까운 연세이지만, 함께 가족 여행을 갈 때에는 본인이 직접 장거리 운전을 하실 정도였다.  워낙 부지런하고 반듯한 성품 탓에 늘 움직이시고, 무언가를 하고 계시고, 운동도 참 열심히 하셨었다.  식사도 가리는 음식 없이 참 잘 드셨다.  해외여행을 모시고 나가서도 향신료가 강한 현지 음식도 거부감 없이 맛있다 하며 드셨다.  평상시에 지병도 없으셨으니 말이다.    어머님이 오히려 우울증에서 오는 불면증, 어지러움, 식욕부진 등으로 자질구레한 병치레를 하셨기에 아버님께서 편찮으셔서 응급실까지 간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었다. 


남편과 나, 진정한 가족이 되다.  

아버님께서 입원 초기에는 의식도 온전치 않아서 남편과 시동생이 간병인도 없이 번갈아가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간병을 했다.  화장실도 갈 수 없을 만큼 한시도 아버님 곁을 비울 수가 없어서 남편은 며칠 사이에 5킬로가 쑥 빠졌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어머님은 식사도 못하시고 잠도 주무시지 못하여서 본인 몸도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남편이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였다.  어머님 우리 집에 며칠 와 계셔도 되겠냐고…  그 날 이후로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회사와 병원과 집을 오가는 남편 그리고 나는  시어머니와 세 아이들을 남편 몫까지 온전히 혼자서 돌보게 되었다. 아버님께서 일반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기셨을 땐 아이들과 할머니를 모두 끌어안고 울면서 기도를 하기도 하였고, 호전 소식이 들려올 때는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참 착하다고 느낀 건, 함께 할아버지를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기도해주었으며 할머니와  함께 자겠다고 하기도 하고, 할머니의 산책도 기꺼이 동행해 주었으며, 이제는 본인들이 할머니를 보호해 주어야 된다고 자처하는 모습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며칠만 계신다던 어머님은 우리 집에서 6주를 지내시다가 지난 주말에 댁으로 가셨다.  남편과 나는 진심으로 아버님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고, 아직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의지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뜨거운 연애로 시작되었던 우리의 만남은 이제 세월이 흘러 서로 의리를 지키는 사이가 되었구나 싶다.   


아버님 병세의 작은 변화에도 기쁨의 눈물을 또는 두려움의 눈물을 흘리던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져서 우리의 일상을 이어가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부모님이 언젠가는 편찮으실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먼 미래의 일로만 여긴 우리가 참으로 어리석었었다.

미리 대비한다고 대비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참 힘들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을 살고 있지만, 마치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 함께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 함께 가고 싶었던 좋은 장소, 함께 듣고 싶은 좋은 음악 등등… 내일로 미루지 말고 시간과 환경이 허락할 때 지체 말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자고 다짐해 본다.  


금방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던 아버님은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시며 그나마 다행인 건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회복 중이시다. 

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아버님을 위해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큰 빚을 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용기와 힘을 얻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가족은 아버님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 역시 여러분이 힘들고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이 글은 본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응급수술을 받기 4일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그동안 건강 문제로 글쓰기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시아버님께서는 최근에 퇴원하셨으나 여전히 댁에서 회복 중입니다.  본인의 병상일기는 자세히 다시 글로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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