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는 70대 중반이시지만 여전히 44반 사이즈를 입으신다.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하여 평생 소식을 하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생 걱정이 멈출 날이 없으시다. 올해 조카가 고3인데, 정작 고3엄마보다 더 애간장을 태우고 계신다. 내년엔 우리 아들이 고3이 되니, 할머니는 내년에도 애태우시느라 매우 바쁘실 예정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모두 알고는 있으나 몸소 깨닫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걱정을 하느라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훨씬 더 건설적이다.
한동안 내가 이만큼 가지지 못하여, 마음이 힘들다 못해 내 인생이 실패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왜, 난 더 욕심을 내서 커리어의 사다리의 더 높은 곳을 올라가지 못했을까? 왜 더 적극적으로 자산을 증식하지 못했을까? 왜 아이를 더 혹독하게 교육시키지 못했을까? SNS를 보면 다 나한테, 네 인생을 실패야,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엄마와 같은 걱정꾸러기는 아니지만, 어떤 맥락에서 보면 엄마와 나는 오늘을 충실히 즐기고 감사하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지나간 기회를 잡지 못한 나를 탓하느라 우리의 일상은 불행했다.
오늘도 남편과 산책로를 걷다 뛰다 하면서 들어왔다. 대입과 고입을 앞둔 아이들이지만, 내일부터 출근하면 산더미 같은 일이 나를 기다리겠지만, 모두 잊어버리고 온전히 저녁 산책을 즐겼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만큼 몸과 마음이 자라난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한지. 나는 망막박리 수술을 겪고, 남편은 공황장애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이, 내 마음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가끔은 내가 더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면, 막내 좋아하는 스키 실컷 태워주고, 아이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도 개인레슨도 받고 하고 싶은걸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튼튼한 내 다리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감사하기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이상 크게 괴롭진 않다. 이미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수 있다면, 오늘도 성공한 하루이다.
이 글은 헤르만 헤세 소설 <싯다르타>의 일부분을 읽고, 영감을 얻어서 창작했습니다. 제 브런치 작가명은 Asset 엄마입니다. Asset은 자산이라는 뜻이지만, 저에게는 보물보다 더 귀한 애 셋 (삼 남매)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재개그 좋아하는 남편이랑 사니 물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