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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시기

언제 피는지 다 달라요

by Asset엄마

중요한 연말 일정 하나가 잘 끝나서 매우 후련하다.

올해로 8년째 주일학교 유치부 교사를 섬기고 있는데, 성탄감사축제에 유치부 아이들을 무대에 올리는 일이 큰 연말 일정 중 하나다. 아이들 율동과 노래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매우 작지만 그래도 아이들 연습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간식이나 식사가 나오면 잘 먹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잘 챙겨주고, 무대의상으로 갈아입혀주고 입고 온 옷은 다른 친구와 바뀌지 않도록 잘 보관해 주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소한 챙김과 케어가 필요하다.


내가 2년간 담임을 맡아오다, 올해 8세가 되어 유년부로 올라보 낸 우리 반 아이들 중 유난히 나랑 껌딱지인 친구가 있었다. 누가 봐도 너무 예쁘고 수줍고 하얀 여리여리한 한송이 코스모스 같은 공주님이었다. 코스모스 공주님은 너무 황송하게도 언제나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일어서서 율동을 할 때도 손을 잡고 했었다. 성탄감사축제 연습기간에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코스모스 공주님이 무대에 올라가서 예쁜 모습으로 율동을 하는 모습을 참으로 보고 싶어 하셨다. 연습 때 코스모스 공주님은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습도 거부하여 무대에는 올라갈 수도 없었다. 코스모스 공주님의 어머님은 행사당일에도 공주님을 유치부에 데려오셨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무대에 올라가는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어머님의 딸의 행동에 많이 속상하시며 결국 우는 코스모스 공주님은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데려가셨다.


1년이 흘러서, 코스모스 공주님은 유치부에서 2번째이자 마지막 성탄발표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살 더 먹었어니 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연습시간에는 작년처럼 할머니를 찾으며 울지는 않았다. 그러나, 발표회 당일 코스모스 공주님은 발표시간이 다가올수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리허설을 하러 본당 무대까지는 같이 갔는데, 공주님은 무대 위에서 두 눈이 새빨개지도록 울었다. 차라리 소리를 내며 울면 덜 안쓰러울 텐데, 소리 없이 눈물을 하염없이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공주님의 아빠도 엄마도 지켜보고 계셔서, 내가 왠지 모르게 죄송하였다.

리허설이 끝나고 아이들을 인솔하여 이동할 때, 코스모스 공주님의 어머님이 다가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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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세 아이들의 성장과정, 엄마로써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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