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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um Jun 05. 2023

A-2. 상품은 고객이 만나는 본질(essence)이다

왜 사람들은 허름한 노포에 줄을 설까

 누구나 상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제조공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물류 센터나 사무실이 없어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서도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물건을 판매할 수가 있다. 이는 인터넷, SCM, 핀테크와 같은 기술의 발달과 인프라의 고도화로 가능해졌다. 제조업체는 D2C(Direct to consumer) 비즈니스로 고객을 직접 만나고, 유통업체는 PB(Private brand) 상품을 만들고, 개인 사업자나 소상공인들도 오픈 마켓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상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경쟁의 강도가 매우 높아졌다.


 런데 스터디를 하다 보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차별화 방법으로 브랜딩의 중요성과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은데 정작 상품 경쟁력을 언급하는 내용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특히 상품을 어떻게 상위 랭크에 올려서 고객에게 많이 노출시킬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물론 상품의 노출도는 판매량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효과를 누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 불과하다. 승리를 지속하기 위해 늘 경쟁자보다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지속하며 치킨게임으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 만약 독과점 시장이라면 출혈 경쟁을 불사했을 때 승자독식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기에 비용투자를 멈추는 순간 경쟁자에게 다시 고객을 빼앗기고 만다.


 비즈니스의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는 지속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단언컨대 '상품 경쟁력'이다.

 상품은 고객이 만나는 본질(essence)이다. 고객은 다양한 동기로 각기 다른 구매 여정을 거쳐 상품을 구매한다. 구매 여정에서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물류/배송, 서비스 영역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상품을 만난다.

 브랜딩은 '어떻게 고객에게 상품을' 각인시킬 것인지 고민한다. 마케팅은 '어떻게 고객에게 상품을' 구매하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 디자인은 '어떻게 고객에게 상품을' 표현하고 보여줄 것인지 고민한다. SCM은 '어떻게 고객에게 상품을' 도달시킬 것인지 고민한다. 모두 고객과 상품이라는 목적을 위한 방법론이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기본 전제로 하고 전체적으로 잘 연계(Align)가 됐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이 허름한 노포에 줄을 설까? 간판(브랜드)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고 할인(마케팅)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도 접근성 낮은 구석 노포에도 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누구나 예상하 음식의 맛(상품)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품경쟁력의 힘이다. 맛있는 메뉴 하나가 평범했던 상호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고객을 자발적 마케터로 만들었으리라.


 내가 출시했던 상품 중 실패한 상품들의 원인을 꼽자면, '이 정도면 됐다' 하고 타협을 했던 상품들이다. 상품을 개발하다 보면, 맛을 여러 차례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되고 일정에 쫓기다 보면 슬슬 타협하고 싶어 진다. 그렇게 출시했던 상품들은 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 번 시도했던 고객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영 떠났다. 반대로 끝까지 욕심내어 만족한 상태로 출시했던 상품들은 대단한 프로모션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판매량이 우상향 하였다. 좋은 상품을 경험한 고객은 늘 다시 되돌아왔다.


 우리의 고객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통업체에서 집중 육성하는 상품 위주로  수동적 구매 패턴을 보였다면, 이제는 수준 높은 정보력으로 다양한 채널을 비교하여 구매하는 동적인 구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판매자보다 더 높은 지위와 교섭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직접 영양성분, 함량을 분석하는 등 '옥석'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도 지녔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던 초콜릿은 진짜 초콜릿이 아니라 팜유였다는 것도 스마트한 고객들이 밝혀내지 않았던가. 그만큼 본질에 집중하여 상품에 대해 더 고민하고 고객의 높아진 수준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어떤 마케팅을 할까? 어떤 디자인을 입힐까? 보다 먼저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상품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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