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희생과 요구
진정한 사랑의 면모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희생'입니다.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상대방을 사랑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오늘날 높은 이혼율은 그들이 하는 사랑에 자기희생이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기희생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늘 '자기애'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모습에 심취하여 호수에 빠져 죽는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처럼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도 자기애적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나 지나쳐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기희생만 해서는 안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나쳐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자기희생만 하는 사랑은 노예와 같은 사랑입니다. 복종만 하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주인이 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파트너에게 요구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기다가 막 한국에 왔을 때 새로운 음식과 환경에 적응하느라 자주 아팠습니다. 저는 그런 와이프를 돌봐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주방에서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려고 하니 마기다가 울상을 지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희생하면 마기다는 자신을 희생할 기회를 잃습니다. 한쪽이 계속 희생하면 한쪽은 계속 받기만 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받기만 하는 걸 좋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면 관계도 깨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희생해야 하며, 서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요구는 불합리하고, 짜증 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야 합니다. 삶의 모든 것은 적당한 '균형'을 이루고 '순환'할 때 건강해집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마기다가 서브웨이를 먹자고 요구합니다. 저는 마기다가 해주는 요리가 먹고 싶지만 마기다의 요구를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상대방을 사랑할 기회를 왜 마다하겠습니까? 제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마기다 또한 기쁘게 그 요구를 받아들일 겁니다.
희생하고, 요구하세요. 그러나 명심하세요. 희생이 우선입니다. 희생했다고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서로 자신의 파트너를 위해 희생하기 시작하면 요구가 자연스러워질 겁니다. 그리고 파트너의 희생을 알아차려 주세요. 그리고 거기에 깊은 감사를 느껴보세요. 그렇게 사랑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