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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자연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간

by 정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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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에 가까운 친구와 캠핑을 하고 왔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캠핑이었다. 처음 캠핑을 갔을 때가 기억난다. 집돌이인 나는 불편한 건 딱 질색이라 친구를 쫓아 캠핑에 나서면서도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적당한 스폿을 찾아 친구와 텐트를 치는 내내 투덜거렸다. 먼지가 날리고, 설상가상으로 땀까지 삐질삐질 새어 나오니 더 짜증이 났다.


"도대체 사람들은 뭐가 좋다고 이 짓을 하는 거야?"


텐트를 설치하고, 캠핑 용품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약 30분이 걸렸다. 그늘막 아래 의자에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히며 맥주 캔을 땄다. '치컥'하고 열리는 맥주 캔, 꿀렁이는 두 남자의 목젖... 그제야 알았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캠핑에 열광하는 것인지. 잠깐이지만 캠핑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한다.


이 날 친구와 꽤나 많은 음식과 술을 먹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날 메인 메뉴 중 하나였던 문어숙회는 내가 평소에 줘도 잘 안 먹은 음식인데 이 날은 왜 이렇게 맛있던지, 세 마리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2년 넘게 소화 불량에 시달려온 난데 먹는 것마다 소화가 기똥차게 됐다. 10년 지기 친구와는 이제 대화 소재가 고갈될 법도 한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늦은 시간까지 텐트 안을 비추는 불빛은 꺼질 줄 몰랐다. 이 모든 경이가 인위를 조금 더하긴 했지만 자연을 추구한 데에서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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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번째 캠핑은 내가 먼저 제안해서 가게 되었다. 사실 캠핑을 가려면 장비가 있는 친구가 훨씬 더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녀석은 나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이번엔 정말 황족 캠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왕처럼 지내다 왔다. 친구가 캠핑이 계획된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깼는데 다시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그 이른 아침에 캠핑지에 와서 혼자서 텐트를 다 설치해놓은 것이다. 친구가 부지런하게 준비를 한 까닭에 자연으로 둘러싸인 절묘한 위치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고,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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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자연이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처럼, 도토리를 양 볼에 가득 문 다람쥐처럼 인간도 자연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불행의 씨앗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떠난 지점. 앞으로도 인간은 계속해서 불행해질 것이다. 기술은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발달하겠지만 인간 사회는 그 덕에 엉킨 실타래처럼 끝없이 복잡해질 것이다. 인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자연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캠핑은 인위에서 도망쳐 나와 잠깐이지만 나도 한때 자연의 일부였음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그토록 편안하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난데 어떠한 생각도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질 않는다. 자연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KakaoTalk_20220510_142833580.jpg 이 캠핑장 맛집이네 친구야


또 가고 싶다. 기영아, 캠핑 갈래? 텐트는 네가 다 쳐라! 알러뷰!


KakaoTalk_20220510_143110461.jpg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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