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서 모임에 나가는 이유
오랜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만남의 횟수야 삶 가운데 숙제가 많이 있으니 당연히 주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만남이 주는 편안함이 예전 같지 않다. 이들과 가깝게 지냈을 때의 나는 개성 없이 뭉툭한 사람이었는데 삶의 풍파 속에 꽤나 뾰족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모습들을 주변 사람들이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그들은 나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만 난 그 방식들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지금 가까이에서 날 지키는 몇 안 되는 관계들을 보니 이들은 내가 개성이 없을 때부터 나의 본질과 결이 같았던 사람들이거나, 개성이 생긴 이후의 나와 결이 같은 사람들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른이 넘어서면 누구나 개성이 생긴다. 뭐랄까. 나 자신이 더 선명해진다고 해야 할까? 변화는 이렇게 내면에서도 일어나지만,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는 등으로 외부에서도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시작한다. 지금 실제로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예전에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광휘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멀어지고, 결국 극소수만 남는 것, 그래서 결혼을 하고 나면 가정에 충실하는 것. 그러나 2019년에 난생처음 독서 모임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는 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른 줄에 시작한 독서 모임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앎'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것이고, 이 욕망을 서로 공유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독서 모임이 그 어떤 만남보다 즐거웠다. 오랜 친구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 진지하냐며 핀잔을 듣는 나였지만, 독서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독서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 중 몇몇과는 가까운 친구가 되며 삶이 더 촘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정은 그런 것이다. 삶을 떠받치는 기둥 같은 것. 그러니 때가 되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기존 친구들이 차지하고 있던 기둥을 대체해야 한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썼다.
요즘 독서 모임 두, 세 군데에 정기적으로 나가보고 있다. 모임도 다 결이 있기에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모임을 찾는 중이다. 이도 저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하나 만들까 싶기도 하다. 독서 모임을 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나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내 삶을 지키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기적인 동기로 시작하는 일이지만, 일단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나도 상대방의 삶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이 세상을 좀 더 따듯한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라고 포장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새로운 친구 사귀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