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을 끝으로 영어강사 일을 마무리하고, 올해 1월부터 보험업에 도전했다. 내가 아무리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 보험업과는 인연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언제나 나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 있다.
난 주변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사람이고, 그러한 까닭에 상대에게 불편한 말이나 부탁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보험이란 일은 초반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한쪽에게만 이득이 되는 일방적인 거래는 아니지만, 지인들은 보험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보험을 팔아준다. 이런 관행이 지속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보험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 또한 보험설계사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고, 천성을 고려했을 때도 나와 맞을 수 없는 일임이 명확한데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일을 뛰어든 것일까?
그냥은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번에도 여러 원인이 중첩되어 한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영어강사 일을 그만두려 할 때 아예 계획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계획이 실현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보험업을 하는 지인이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마음이 가는 지인의 제안이기도 했고, 내 상황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고민이 꼬리를 물다가 끝내 거절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일을 잘 해내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아내에게 전하니 아내는 무심하게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래도 한 번은 해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또 모르잖아요." 맞다! 우리는 경험해 본 것만을 진실로 안다! 아주 어쩌면 내가 이 일을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정리되자 지인에게 연락해 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나는 이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 꽤나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성공에 '도움이 될만한 자질'이 일부 있으나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질'이 결여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 업계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그런데 왜 그 비좁은 가능성의 문으로 들어간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내가 바로 '정현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나의 세계를 해체하고 싶었다.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처럼 나는 알(세계)에서 나와 기존 세계를 무너뜨리고 다시 태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성공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바로 그 자질을 마침내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도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