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보험업 도전기 6

by 정현태

그렇게 시작된 넷째 주. 드디어 혼자서 두 명의 지인을 만나 보험 상담을 해줬다. 그것도 서울까지 가서 말이다. 한 명은 고등학교 친구였고, 한 명은 장교로 군에서 일할 때 휘하에 있던 동생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는 이미 어머니의 친구분을 통해 한 차례 보험 상담을 받은 상태였고 제안서까지 받아 놓은 터라, 내가 할 일은 그분의 제안서보다 더 야무진 제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전날 제법 늦은 시간까지 지점장님의 도움을 받아 그럴싸한 제안서를 준비해 놓은 상태였고 만약 지점장님이 말씀하신 게 전부 맞다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임이 분명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여유 있게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참이었는데, 친구는 메시지를 보내와 급한 일이 생겼다며 밥 먹을 시간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말하길 밥 먹으면서 보험 이야기를 하자고 하기에 나는 그러자고 답했다. 그런데 막상 친구를 만나 식당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너무 산만해 도저히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나는 차라리 빨리 식사를 끝내고 카페에 가 잠깐이라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친구는 그러자고 답했다.


식사를 끝내고 근처 카페에 들어온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살피다가 구석에 앉았다.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 많이 있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최대한 간추려 설명하며 한 번씩 친구의 표정을 살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언젠가 나 또한 보험업을 하는 친구에게 지었던 표정이었다. 불신과 부담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이랄까? 나는 애써 정신을 부여잡고 끝까지 준비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친구는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말하곤 자리를 떴고, 나는 친구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또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첫째로는, 아무리 첫 상담이고 준비한 것과 달리 허겁지겁 설명해야 했다고 하더라도 내 언변이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상담 중에 친구가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주지도 못했다. 나 자신이 너무 허접스러웠다. 씁쓸한 느낌이 들었던 두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친구의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조금 많이 아프게 다가왔다. 아니 많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지만 다음 약속이 있었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온갖 생각이 오갔다. 그러다가 다짐했다. '지인 영업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 아직 보험이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데 그것을 사탕 발린 말로 포장해 영업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란 사람은 그럴 수 없었다.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날 두 번째로 만난 동생은 깊이 교류해 온 사이여서 상담 시작부터 내가 이 업에 도전하며 느낀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동생은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줬고, 나는 이어 준비한 내용을 성실히 알려주었다. 동생은 보험 찬양론자에 가까울 정도로 보험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끝까지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 않았다. 서울에 올 때까지만 해도 친구와 동생 두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계약을 따내겠다는 결의에 차 있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출근하여 동생이 궁금해하던 사항들을 정리하며 나는 또 보험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동생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동생은 20만 원 선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을 설계해 달라고 먼저 부탁해 왔다. 동생은 보험을 진심으로 필요로 했기에 도울 수 있어 기쁘긴 했지만, 나는 분명히 안다. 동생 또한 나의 서울 방문에 어느 정도 부담을 느꼈고, 내게 도움을 주기 위해 보험을 가입하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 씁쓸했다. 이 일에서 도저히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다. 하면 할수록 하기 싫고 회의감은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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