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보험업 도전기 5

by 정현태

2026년 1월은 분명 쉽지 않은 달이었다. 20개월 딸내미(하늘이)가 12월 말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건강하게 퇴원한 뒤로 처음으로 병에 걸린 상황이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니 아빠로서 참 답답했다. 하늘이는 걸쭉한 콧물 때문에 코가 막히는지 새벽에 수시로 깨 울어댔고, 아내와 나는 그런 하늘이를 달래 다시 재우느라 진을 뺐다. 아내와 나 또한 연초부터 감기에 걸려 회복 중인 상태였기에, 우리 둘은 급속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려 하고 있는데 하늘이가 놀다가 넘어졌다.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어떤 하나가 평소와 달랐다. 하늘이가 울지 않는 것이다. 아내는 본능적으로 하늘이를 품에 안았는데 하늘이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눈동자의 초점이 살아있는 것을 보면 분명 의식은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늘이는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는 공포에 울기 시작하고, 나 또한 울지만 않을 뿐 공포에 사로잡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는 본능처럼 하늘이의 등을 두드렸고, 그제야 하늘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숨을 내쉬었다. 놀란 아내를 다독인 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현관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고 있는 와중에 가족들까지 아프니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약한 마음을 품을 시간조차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안 거울 속에 두 눈이 벌게진 사내를 마주하며 나는 다시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다.


2주 차에도 나는 제법 열정적이었다. 이미 직관은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모른 채 했다. 나는 기존의 삶을 해체하고 분화되지 않은 능력과 자질을 키우고 싶었다. 이제는 이러한 마음이 욕심임을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나는 매일 8시나 9시에 사이에 퇴근하며 열을 올렸다. 여전히 막막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성과 없는 하루하루를 이 사실로 위안 삼았다. 금요일 밤에는 예전에 잠깐 함께 일했던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꺼내볼 심산으로 자료도 준비했다. 일단 준비는 했는데, 차를 타고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답답한 마음이 일었다. 보험 이야기를 꺼내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날 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보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늦은 밤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오는데 혀 끝에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나 자신이 패배자나 겁쟁이처럼 느껴졌다. 2주 동안 몸을 너무 혹사시켰는지 다음 날 몸살인지 독감인지 모를 몹쓸 병에 걸렸다. 아침에도 좋지 않았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녁에는 열이 38도까지 오르며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고통에 신음하며 이 증상이 코로나 때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일주일은 가겠군.'


빨리 회사에 나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몸 상태도 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조금 과장을 해보면,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지점장님은 그냥 일주일 푹 쉬라고 하셨고, 난 그 주에 잡혀있던 미팅 두 건을 그다음 주로 미뤘다. 살면서 이렇게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힘들었던 때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독한 1월이었다. 모든 증상이 최고점을 찍고 회복의 기미가 보일 때쯤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겼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받기도 전에 좋지 않은 일임을 직감했다. 누군가가 멀쩡히 주차되어 있던 내 차를 박은 것이다. 엉망인 몰골로 주차장에 내려갔더니 생각보다 차가 많이 부서져 있었다. 연신 사과하는 한 여성분에게 괜찮다며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말하고는 바로 올라왔다. 그 주 토요일쯤 몸 상태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는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다시 열심히 일해보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월요일에는 렌터카를 타고 출근했고 화요일에는 수리가 끝난 내 차를 타고 출근했는데, 이 날 또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내가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옆에 가만히 주차되어 있던 차를 박은 것이다. 이제 운전에는 도가 터서 사고 날 일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잠깐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보험처리를 해줘야 했고,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에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이런 질문을 묻겠느냐만, 내게 최악의 1월을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2026년 1월을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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