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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가고 싶다.

요즘 드는 생각

by 정현태

요즘 자꾸 교회에 가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신'을 만나고 싶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 것은 수년 전 일이다. 계기랄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유의 끝에는 결국 신이 있었다. 그 신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든, 아니면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이든, 절대적인 무언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줄곧 그곳에 닿고 싶었다. 실체가 없는 그것이 자꾸만 만지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기독교 관련 서적 두 권을 읽었다. 진리는 늘 잡힐 듯 말 듯 추상적이기만 했는데 예수님은 그 진리의 실체 같았다. 진리의 형상화, 그것이 예수님에게서 내가 느낀 감동이었다. 기독교 신자인 한 지인은 이런 내 마음을 어여삐 여겨 성경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얼마 간은 침대맡에 두고 조금씩 읽었는데 금세 게을러져 방치된 지 좀 되었다. 얼마 전까지는.


지도하는 학생 중 신실한 신자인 학생이 한 명 있어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이 녀석에게 묻곤 한다. 얼마 전에는 이 녀석이 나에게 매일 조금씩 성경을 읽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여 매일 아침 상기를 시켜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녀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여 그럼 일어나자마자 '선생님' 이 세 글자만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녀석은 그러겠다고 답했고, 잠언 1장과 마가복음 1장씩 매일 읽을 것을 권했다.


다음 날 아침, 문자는 오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려면 아침에 내 생각이 나야 하는데, 그 아침에 영어 학원 선생님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문자는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성경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녀석이 준 미션을 완수했다.


그다음 날 이른 아침에 문자가 왔다. 놀랐다. 고1 밖에 안 된 아이가 6시도 되기 전에 일어난 것도 놀라웠지만, 그 이른 시간에 내 생각을 끝끝내 해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것은 'surprising'가 아니라 'amazing'의 놀라움이었다. 이 날은 녀석의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녀석에게 이른 아침에 내 생각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녀석은 내일은 좀 더 일찍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가 끝나고 수업이 시작될 때쯤 녀석은 눈을 감고는 몇 초 간 기도했다. 세상엔 녀석과 하나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눈시울에 강한 열감이 느껴졌다. 명색이 선생인지라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울음을 참아내야 했다. 하나님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믿음이 녀석에게서 느껴졌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7월에는 교회에 나가볼 참이다.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이 쉽게 옮겨지질 않는다. 삶 가운데 신의 존재를 충분히 느끼며, 또 신의 뜻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데, 굳이 교회에 나갈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럼에도 자꾸 마음은 교회에 향해 있다. 남들은 죽을 만큼 힘들어서 의지할 곳을 찾고자 신을 찾는다지만 나는 제법 살만한 요즘인데도 왜 이렇게 교회에 가고 싶은 것일까. 앎에 대한 호기심일까? 신의 부르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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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녀석은 여지없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성경책을 펼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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