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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Sep 08. 2018

변방에서 중심으로

전남교육이 바뀌고 있다

남쪽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 덕분에 많은 문명이 남쪽에서 시작됐다. 한반도 역시 남쪽에서 문화가 꽃을 피웠다. 그러나 남쪽은 수탈의 대상이기도 하다. 북쪽의 척박함에서 발달된 호전성은 태평한 남쪽을 향한다.

전라남도는 예로부터 비옥한 땅이었으나 한반도의 중심에 서기는 커녕 반복해서 수탈을 겪었다.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지역갈등에 휘말려 다른 지역보다 발전이 더뎠다. 지금도 두세 개 도시를 제외한 전남의 대부분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도시나 광주 근교를 제외한 나머지는 근무 기피 지역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규모 학교는 금방이라도 통폐합될 처지에 놓였으며, 도서-벽지의 학교는 승진 가산점을 얻기 위해 가거나 원하지 않는데 발령받은 교사들이 거쳐가는 곳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임 교사들의 다수는 타지역으로 옮기기 위해 임용시험을 다시 치른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해마다 도교육청에서 조사해 인사에 반영할 정도다.

그런 전남이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기점은 새로운 교육감의 출현이나, 그 기저는 변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탄탄한 조직력이다. 교육감이 당선되자마자 준비한 듯 인수위원회가 변화의 물꼬를 열고, 뒤를 이어 출범한 ‘교육혁신기획단(이하 혁신단)’은 변화의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혁신단이 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이 채 안됐는데 벌써 도교육청의 천 개가 넘는 사업 중 300여 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였다. 사업 구조조정으로 확보된 예산과 비리로 얼룩진 교단환경개선사업비를 학교에 나눠줌으로써 학교자치에 힘을 실었다. 사업 축소 및 폐지와 더불어 내년부터는 연구학교와 공모학교도 과감히 줄여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각 지역교육청에 학교지원센터(가칭)을 설립하여 일선 학교의 업무 중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학교폭력이나 방과후 학교 등을 대신 맡게 된다. 이같은 지원과 재조직을 통해 2019년에는 담임교사들의 업무 제로화라는 담대한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교권옹호관제를 실시하여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에게 법률적 금전적 지원도 한다. 더이상 교사들이 두려움에 떨며 교육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다.

여전히 변화를 가로막는 벽은 두텁고 관성은 강력하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벗어나고 싶은 변방에서 새로운 상을 제시하는 전남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전남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응원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혁신단을 비롯한 도교육청 변화의 중심은 전교조에서 파견한 교사들임을 조심스레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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