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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r 07. 2016

습관이 만들어지는 시간

2014. 03. 24.

아이들과 함께한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아이들도 나도 새로운 삶에 적응할 만한 시간이다.

일찍 등교해서 한 명씩 인사하고 꼭 껴안아줬다.

쑥스러워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싫지는 않은 듯 헤 하고 웃었다.


칠판 구석에 시간표를 적었다.

피구, 도덕, 습관, 영어, 신석기, 신석기.


한 아이가 시간표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정말 재밌겠다."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합창했다.

"오, 그러겠다!"




지난 금요일, 아이들이 체육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자랑을 했다.

체육선생님이 5~6학년 중에 우리가 제일 잘했다고 칭찬했다며 신이 나서 말했다.

그땐 운동을 잘해서 그런가 하고 넘겼다.

주말에 체육선생님을 만날 일이 있어 칭찬한 이유를 여쭤봤다. 

선생님께서 말하길 자기들끼리 알아서 줄도 잘 서고  서로 화합하며 활동하는 모습이 대견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참 뿌듯하다.

선생님이 없어도, 규칙이 없어도 아이들 스스로 그렇게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변화야말로 '교육'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담아 나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했다.

너희들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그런 모습을 보며 선생님도 참 행복하다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T가 갑자기 '바른 자세' 라고 외쳤다.

그 소리에 아이들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아이들 표정에는 싫거나 귀찮다는 기색이 없었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자세를 바르게 한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곧장 강당으로 갔다.

줄을 맞추고 편을 나누고 피구 경기장을 만드는 것도 이제는 제법이다.

내가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다.


즉석에서 새로운 방식의 피구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처음으로 큰 공을 이용하기도 했다.

사소한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금방 해결이 되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오늘의 테마 수업. 습관.

선생님은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지만 존경하는 운동선수는 있다고 운을 떼고 김연아 선수의 갈라쇼 영상을 보여주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N5Q18utwV6A)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보일 때 김연아와 비틀즈를 예로 들며 '일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하면 3일도 채우기 힘든 법.

아이들의 공감의 표현이 끝나자 '작심삼일'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였다.


한 번 못했다고 '역시 난 안돼' 라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또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고.

그렇게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는 습관이 되어 일만 시간을 채울 수 있다고.


사람의 생체 시계가 교정되는 데 걸리는 시간, 21일.

그 시간을 견뎌내야 생각이 대뇌피질에서 뇌간까지 내려갈 수 있다.

즉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21일 동안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를 도와줄 Habit Maker 양식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내가 매일 작성한 결과를 보여줬더니 아이들 입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동안 한 달에 하나만 습관을 만들어도 너희들의 삶이 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스스로 만들고 싶은 습관을 정해보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 쉽게 적지 못하였다.

그래서 내일 좀 더 해보자고 하였다.


삶에 있어 매우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습관.

아이들은 어떤 습관을 만들고 없앨지 궁금하다.

나는 도움을 줄 뿐, 선택은 아이들의 몫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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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지난 시간에 이어 신석기와 관련된 영상을 보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모둠별로 정리하였다.

(http://www.youtube.com/watch?v=psFNlxFx4lM)


영상을 보기 전 필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더니 지난번보다 더욱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호모 사피엔스 - 신석기

매머드를 사냥했다.
전투력이 강하다.
동굴에 그림을 그렸다.
무녀가 있었다.
장례를 치렀다.
바다에서 사냥을 했다.
동물을 키웠다.
나무 막대에 슴베찌르기를 묶어서 무기로 쓴다.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만들었다.
아기를 낳을 확률이 높아졌다.
움막을 지을 수 있었다.
화산 활동이 있었다.
고래를 잡았다.
결혼을 시작하였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래 사냥 모습이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약탈과 전쟁이 있었다.
무녀가 소금을 관리했다.
소금이 귀하다는 걸 알았다.
신석기 때 한반도에서는 농사를 짓지는 않았다.
사냥하기 전에 제사를 지냈다.
사냥한 동물을 벽화로 지냈다.
통나무를 태워 석기로 파냈다.
토기를 만들 수 있었다.
오늘날의 사람들과 키가 비슷했다.
배를 만들었다.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습관이 만들어지는 시간, 21일.

아이들과 만난 지도 벌써 21일이 지났다.

아침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하루 종일 뒤엉켜 지내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이제 그들에게 나는 습관이고, 나에게 그들은 습관이다.


생각이 바뀌어 행동을 하고, 행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 삶이 변한다.

만남도 그렇다.

습관적인 만남이 우리 삶을 결정한다.

어떤 사람과 꾸준히 만나는지, 꾸준히 만나는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에 따라 사는 모습이 달라진다.

매일 만나는 사람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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