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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r 22. 2016

교사에게도 요령이 필요하다

2014. 4. 8.

8번.

하루 동안 상담한 횟수다.


어제 있었던 중학생의 괴롭힘.

예전 제자 H가 카카오스토리에서 언어폭력을 당한 것.

짝꿍의 태도 때문에 자신감 하락한 아이.

동거인에게 맞은 것에 대한 분노와 고민.

옆 반 학생과의 싸움.

친구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J 보호자와의 상담.

4기 B의 현재 담임 선생님에 대한 불만.


상담만으로도 여유가 없는데 아침부터 갑작스레 추진하게 된 번개연수까지.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수업을 다 해내고 연수까지 잘 마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예전에는 사건이 하나 생기면 그것에 정신이 쏠려 다른 것들이 무너지곤 했다.

이제는 여러 가지 일에 시간과 기운을 적절히 분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성장했구나 싶다.


달라진 점이 무엇일까?

우선,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감정은 화났다가 기뻤다가 슬펐다가 빠르게 변하는데 나는 예전 감정에 머물러 있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한편으로 속상했다.

'쟤들은 눈치도 없고 속도 없나?'

그런 생각에 더욱 감정이 불편해지는 것은 나였다.

그렇다고 애들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여전히 잘 되지는 않지만, 이제는 하나의 사건으로 인한 감정이 다른 일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둘째로는 상담 경험이 많아지면서 하나의 상황에 처하면 여기에 기력이 얼마나 소진될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지금 해결 가능한 지 등의 판단이 빨라졌다.

그에 따라 미루거나 방법을 달리하는 식으로 대처한다.


이것 말고도 더 있을 법 한데.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야지.


잘 버텼다.

장하다, 지항수!




이외에도 업무처리 방법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도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데 좋다.

교사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아이들이고, 그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요구하는 업무량이 상당해서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어차피 하게 될 일이라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얼른 처리하고 남는 기운을 다시 아이들에게 쏟는 것이 좋다고 본다.

플래너를 통해 할 일 목록과 시간을 관리하고 GTD 등의 업무처리 방식을 활용한다면 공문처리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듦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요령은 결국 교육에 집중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교사가 이런 노하우를 익히는 노력 대신에 아이들을 생각하고 수업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방향은 교사에게 교육과 관련 없는 업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덧글.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업무가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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