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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pr 05. 2016

여자, 그 오묘한 관계

2014. 4. 22.

*이 글은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일반화하는 표현이 더러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함이지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아니며, 아울러 특정 성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여학생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아침시간부터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협의실로 갔다.

선생님 없이 대화하겠다고 해서 교실로 돌아왔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A와 B는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고 C와 D는 그들에게 나오라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교실로 돌려보냈지만 감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빠른 결단을 내려야 했다.


동시에 두 군데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남자아이들은 교실에서 책임에 대해 토의하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협의실에서 관계에 대해 토의하기로 했다.

여자아이들과 함께 협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J가 다급한 목소리로 교실로 와달라고 했다.

다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얼른 교실로 가서 살펴보니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한 싸움이라 평화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다시 협의실로 돌아왔다.


남자아이들 간의 다툼은 감정이 가라앉으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보통 그렇지 않다.

우선 오랜 시간에 걸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경우가 있고 수많은 오해와 왜곡으로 인해 사실 확인도 쉽지 않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결론만 적자면 A의 경우는 지난 수년간 쌓인 상처로 인해 관계에서 쉽게 아파하는 것이 큰 원인이었고, B의 경우는 친한 또래집단에서 그 자리에 없는 친구에 대한 험담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이 나오기까지 두 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했다.

그 사이에 북받치는 감정에 여럿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여자아이들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는 공격성을 어릴 때부터 표출하지 않도록 사회화된다.

(소녀들의 심리학 - 레이첼 시먼스 저 참고)

그러다 보니 남자아이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직접적 폭력이 일어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관계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쉽게 파악할 수 없지만 더욱 영향력이 강한 폭력을 취하게 된다.

지난 수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잠정적 결론은 폐쇄적 소통으로 생기는 오해와 왜곡을 개방적 소통으로 풀어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쉽지 않은 것은 우선 아이들이 남에게 마음을 터놓는 것을 어려워하고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는 B를 보며 C가

"어차피 선생님들은 우는 아이 편을 들잖아요."

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 외에도

"잘 나가는 아이들 앞에서는 제가 작아져요."

"나랑 비슷한 급의 아이가 나대면 짜증 나요."

"자기 언니 이름을 들먹이며 협박해요."

"저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지내는지 모르겠어요."

등 평소 어른 앞에서 하기 힘든 말이 나왔다.

이런 대화가 서슴없이 나올 때, 그리고 그 말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공감하며 이해해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짐을 느낀다.


긴 대화가 오갔음에도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뒤에서 하는 험담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과 친구와 마음을 터놓는 것의 중요성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충분하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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