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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pr 04. 2016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진실인가

2014. 4. 21.

주말 동안 세월호와 관련하여 신문이나 뉴스를 주의 깊게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자신이 '이것은 진실이다'라고 생각하는 바를 공책에 모두 적도록 했다.

한두 줄만 적은 아이부터 공책 한쪽을 거의 채운 아이까지 다양했다.

그중에는 사실이 아닌 감정이나 판단, 추측을 적은 아이도 많았다.

선장이 나쁘다거나 매우 안타깝다는 등의 표현이 제법 나왔다.


그들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고, 사실에 집중해야 하는 필요성을 말했다.

그리고 함께 지난밤에 방영한 뉴스(JTBC)를 시청했다.


아이들은 진지한 눈으로 집중하며 필기를 했다.

자신이 아는 사실과 무엇이 다르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인지를 적었다.

긴박한 상황과 이해하기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 반복됐다.

40분 정도가 지나자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보여 중단했다.

내내 집중하던 아이들은 아쉬워했다.



적은 내용을 발표하게 하자 듣는 아이들의 집중도가 남달랐다.

평소 발표에 소극적이던 Y도 빽빽하게 적은 공책을 보며 여러 차례 말하였다.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진실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한 의견이나 사실만 접했을 때도 그렇지요.

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사실을 찾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장을 지목했다.

몇몇 아이들은 선원을 말했다.


책임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며 차근차근 사건을 되짚었다.

오래된 배도 운항할 수 있게 법을 바꾼 사람.

정상적이지 않은 배를 구입한 사람.

불법으로 배를 개조한 사람.

배의 안전을 점검한 사람.

고장났음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사람.

경제적 이유로 배를 고치지 않은 사람.

배의 출항을 허락한 사람.

관제 범위로 들어왔음에도 관제하지 못한 사람.


이러한 수많은 무책임이 모여 거대한 사건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과정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확실하지 않은 것은 생략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일 년 동안 너희들에게 권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선장과 선원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자신의 목숨을 바쳐 책임을 다 한 영웅들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http://youtu.be/TOmTO9KHKhI)

다시 봐도 울컥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자와 주어진 책임 이상을 하는 자.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작은 영웅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




이후 지금까지 몇 명의 선원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참사 수습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제기되지 않았다.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졌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예전의 지위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에 대한 연구는커녕 정쟁에 휘말리며 세월호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어떤 이들은 우리 시대에 진실을 알 수 없을 거라 판단하여 후손이 시시비비를 가려주기를 바라며 기억저장소를 만든다.

어떤 이들은 그런 기억조차도 자신들에게 영향이 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련 증거를 폐기하고 있다.

기억하려는 자와 잊게 하려는 자.

나중에 우리 사회는 어떤 기억을 갖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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