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6.
"이번 시간은 남녀 따로 수업을 할 거예요.
3주 전 회의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선생님 기억력 좋죠?"
"우와! 대단하다."
아이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어떤 말이 이어질지 기다렸다.
"여자 친구들은 영상을 볼 거고요, 남자 친구들은 협의실에서 선생님과 대화를 할 거예요."
여자 아이들은 내심 아쉬워하면서도 남자들만 협의실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여자 아이들이 화장의 위험에 대한 영상을 보는 동안 남자아이들과는 은밀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주제는 성이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된 수준이 낮아 성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2학기가 되면 더욱 재밌는 이야기가 오갈 듯하다.
다음은 남자들의 영원한 화제, 여자였다.
호감이 가는 여자가 있을 때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호감을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순진한 대답의 연발이었다.
연애박사인 척하는 J조차도 너무나 착각이 심했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면 믿지 않을 것 같아 여자아이들로 하여금 직면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자아이들과 함께 교실로 돌아가 자리를 정돈했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여자 아이들이 본 영상을 간단히 요약해줬다.
하나, (특히 싼) 화장품에는 독으로 구분되는 성분들이 많다.
둘, 어른들에 비해 너희들의 피부는 약하다.
그렇다고 너희들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고는 못하겠다.
그것은 가치관의 차이니까.
그러나 선생님은 너희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야.
나를 바라보는 여자 아이들의 눈을 보니 생각과 고민이 가득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남자아이들의 착각을 깨뜨릴 시간이 됐다.
자신이 호감이 드는 이성에게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반응이 있을 때 상대방도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발표하도록 했다.
Y의 자랑 섞인 연애담(?)이 끝나고 S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장난을 칠 때 여자가 웃으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 순간 여자 아이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서렸다.
Y가 딱 잘라서 말했다.
웃기니까 웃는 것뿐이지 그게 꼭 호감은 아니라고.
남자아이들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런 거야?
기가 죽은 남자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자 자칭 연애박사 J보고 발표해보라고 했다.
J의 생각은 이렇다.
어색한 사이인 경우에 관계가 발전될 가능성이 많다.
그 말을 들은 여자 아이들은 어이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협의실에서 J의 말을 들었을 때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남자아이들,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M이 답답해하며 설명해줬다.
어색한 건 어색한 거라고.
할 말이 없고, 굳이 말을 걸고 싶지 않은 거라고.
아이들은 다시 한 번 남녀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 녀석들.
아직도 멀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핫.
그러는 나도 다를 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