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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y 06. 2016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2014. 5. 23.

오후 체육시간에는 1반과 교내 스포츠 리그 시합을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체육하러 간 사이 이런저런 업무 처리를 했다.

업무를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서 아이들을 보러 운동장으로 갔다.


운동장에는 우리 반과 1반 남자아이들이 치열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둘러보는데 한쪽 구석에 H와 J가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마지못해 일어나서 경기에 참여했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다른 곳에 엉덩이를 붙이려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참여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하고 여자 아이들을 보러 강당으로 갔다.


강당 한쪽에서는 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작은 규칙 위반에도 서로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반이 두 번 연속 졌는데 1반이 반칙을 해도 제대로 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때문에 예민해진 것은 이해하지만 다음 경기 참여자를 뽑는데 우리 반 아이들끼리 소리를 질러대며 다투는 모습에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피하다시피 강당을 나와 운동장으로 갔다.

그 사이 앉아있는 아이가 더욱 늘었다.

운동만큼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 속이 많이 상했다.


교실로 돌아와 정기회의를 했는데 안건이 나오지 않아 건의사항 하나만 처리하고 금방 끝났다.


남은 시간 동안 남자와 여자 따로 나뉘어 체육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다.

남자들은 농담과 실없는 소리가, 여자들은 1반에 대한 험담이 주를 이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집중해서 이야기할 내용을 짚어줬다.

"우리가 1반이나 다른 것들을 바꿀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를 바꿀 수는 있지.

어떻게 하면 오늘 실망스러웠던 부분을 바꿀 수 있을까?"


그때부터 성찰의 대화가 오갔다.

소리 지를 때와 그것을 들을 때의 기분, 왜 무기력해지는지, 나를 위축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이 부족하여 모두가 마음이 풀릴 정도의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의미가 있는 장이었다.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짧게 정리를 했다.

"언제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어.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크게 문제가 되는 것 하나.

남 탓.

자기는 잘하는데 남이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핀잔 주는 것.

둘, 무기력.

자신이 참여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들이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내부의 적이야.

다음에는 너희들이 지혜롭게 이겨내길 바란다."


운동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내부의 적은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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