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2.
H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결석을 했다.
비록 상태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터라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무슨 기회냐고?
H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H는 조금 특별하다.
생김새도, 하는 행동도.
그 때문에 어려서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다.
5학년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반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반 아이의 놀림을 받는 건 일상이고 심지어 3학년 중에도 H를 놀리는 아이가 있다.
H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내가 직접 나서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기회만 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충분한 시간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에게 대놓고 물었다.
"H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온갖 인신공격과 장난처럼 괴롭히는 장면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나왔다.
H의 아픔에 다들 공감하는 와중에 오히려 H가 다른 아이에게 먼저 시비를 걸거나 욕을 한다고 M가 말했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 역시 당황스러웠다.
항상 피해자의 모습만 보여줬기에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H가 먼저 남을 공격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점은 선생님이 H에게 단호하게 가르친다고 하고 H가 감당할 수 없는 점을 우리끼리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도움반을 갈 때 같이 가자는 의견, 항상 함께 놀자는 의견, 놀리는 아이를 오히려 무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상황극을 만들기로 했다.
자신이 선택한 의견을 바탕으로 서로가 역할을 나누고 함께 대사와 연기를 맞춰갔다.
H가 상처받을 상황을 어떻게 함께 이겨낼지 행동과 감정으로 표현했다.
아쉽게도 마지막은 연기지도 학원처럼 마무리됐긴 했지만 다들 뿌듯해하고 즐거워했다.
이렇게 열정이 불타오른 김에 슬쩍 운을 뗐다.
"2학기에 학예회가 있잖니?"
"연극해요!"
내 마음을 알아줘서 참 고맙다.
어쨌거나 내일부터는 H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