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1.
나에게는 오늘이 진정한 시험이다.
시험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고, 모르는 것은 반드시 배우자며 채점된 시험지를 나누어줬다.
A가 울었다.
B가 울었다.
C가 울었다.
D가 울었다.
눈물을 흘린 이유는 모두가 달랐다.
A는 시험에 관심이 없다.
사실 무기력한 것이다.
해도 안되니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노력한 지 오래되어 도전하기가 두려워진 것이다.
그런 A지만 이번 시험 결과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이런 점수를 받을 거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너무나 보잘 것 없이 보였을 테고 왜 세상이 나에게 강요를 하는지 답답했을 것이며 미래가 어둡고 불투명하게 보였을 것이다.
B에게는 지금 시험보다 중요한 건 친구 관계이다.
자신이 지금껏 겪은 상처를 극복하며 이리저리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그러다 좌절을 하게 될 때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보이며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무수한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점수를 유지하던 아이가 노력의 양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적혀있는 시험지를 받아 들고, 친구들이 정답을 맞춰보자며 시험지를 달라고 하자 내어주지 못하고 책상에 붙어 웅크리고만 있는 것이었다.
C는 항상 좋은 성적을 받는 아이다.
이번 시험에서도 모든 과목을 합쳐 3개밖에 틀리지 않았다.
그 대단한 결과가 C에게는 태어나 처음 받은 최악의 점수였다.
점수 자체도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자신을 믿는 주변의 어른들의 반응이 더욱 걱정되어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D는 2년 전까지는 매우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정환경이 나빠져 안타까운 상황이 된 후부터는 점점 시험 점수가 낮아졌다.
D는 이번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특유의 감정을 숨기는 능력으로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
그때 앞에 앉은 T가 S에게 "그 정도 점수 가지고 뭘. D는 평균 OO점이야!"
라고 말하자 참았던 감정이 쏟아진 것이다.
T가 저런 말을 하게 만든,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왜 D는 집안일로 받는 상처를 견디기에도 급급한데 또 다른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걸까.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나는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겪어야 할 일이기에.
정말 무책임한 말이지만, 내가 그 아이들의 인생을 살아줄 수 없음을 알기에.
감정을 추스른 아이들은 시험 점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서로 답을 비교하며 모르는 내용을 배웠다.
시험지를 걷고 아이들에게 시험을 준비하며, 보면서, 점수를 확인한 후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적어보라고 했다.
여과 없이, 욕을 써도 좋으니.
아이들은 휘갈겨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알아보기도 힘든 글씨로 글을 쓰기도 했고, 글의 반 정도는 욕으로 덮여 있기도 했다.
한 장을 빼곡하게 채워도 부족한 아이도 있었다.
이 글은 내가 읽어볼 것이라고 했음에도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비춰져서 참 고마웠다.
글에 담긴 진심은 그만큼 나를 아프게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에도.
세상이 원망스럽다.
내가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