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3.
아침부터 난리였다.
서로 빠뜨린 준비물은 없는지 확인하며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이었다.
버너 7개가 동시에 불을 밝히고 교실 곳곳에서 요리 '실험'이 진행되었다.
어제 준비할 시간이 적어서였을까 주로 라볶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간간히 오므라이스, 볶음밥, 케이크 등이 보였다.
생각보다 도울 일이 적었다.
돌아다니며 조언하고 시식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
비록 어제는 화를 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이렇게나 스스로 하는 힘이 강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나이의 아이들이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신들이 주도하여 준비부터 정리까지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아닌가?
잘하는 점은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교실로 돌아와 보니 아이들은 닭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왕 운동장 대형으로 책상이 옮겨진 김에 즉흥적으로 했나 보다.
나도 곧장 닭싸움 자세를 취하고 아이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3, 4교시는 모둠세우기를 했다.
시작하기 전 그동안 책임이 부족했던 부분과 걱정되는 점이나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자리와 역할을 정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고 큰 갈등이 생기지도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놀이하는 것처럼 모둠 구호를 만들었다.
오후에는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습관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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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돌이켜보며
1.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느낀 점
-자리 바꿀 때 운 애들이 있어서 당황했다.
-공개수업을 한 것이다. 느낀 점은 공개수업이 생각보다 잘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닭싸움한 것이 제일 재밌었다. 그 이유는 내가 이겼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화났을 때 분필 던질 때 정말정말 깜짝 놀랐다. 진짜진짜 확 던져서 깜짝 놀랐다.
-미술실에서 J와 팔씨름했을 때, 음... 이길 것 같다.
-처음으로 체육선생님께서 화나셔서 우리에게 소리 지르신 것. 느낀 점 : 몇 사람의 잘못이 큰 피해를 낳는다는 걸 알았다.
-닭싸움한 거 재밌었다. 내가 계속 넘어져서 재밌었다.
-모둠끼리 요리 실습한 것. 라면 만들려다가 라볶이로 갑자기 종목을 바꾸었지만 잘했다.
-5월 자리 바꿀 때 민채 또는 다른 애들이 울었던 것. S가 J를 이겼던 것(팔씨름)
-저승사자할 때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체육시간에 기합 받은 것이 짜증났다.
-피구에서 내가 00이 공 피할 때 재미있었다.
-5월 27일에 뮤지컬 우당퉁탕 49분을 보았다. 의자를 쌓는 게 신기했다.
-학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학교에서 공부하니 스트레스가 좀 풀린 것 같아서 좋았다.
-소설을 써서 너무 재미있고 다음에 또 하고 싶다.
-친구들과 신나게 논 일. 피구를 하니 정말 재밌었다.
-자리 바꿀 때 설레었다.
-반대항 피구를 했는데 남, 여 모두 1등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이렇게 피구를 잘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W를 엄청 세게 맞췄는데 소리가 큰 게 기억에 남는다. 그땐 정말 미안했다.
-내가 J 등짝으로 튄 것.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하하하.
2. 나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내 얼굴이 자랑스러웠다. 오늘 떡볶이에서 무엇을 안 넣었는데 맛있었다.
-내가 J에게 자랑스럽게 나댔을 때
-소설을 K로 주인공을 했는데 소설의 인기가 많던 것
-피구를 1등 한 것이 가장 자랑스러웠다.
-친구에게 약간의 조언을 할 때
-학교에서 놀이를 하는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한 것
-피구를 하는데 원래 잘 못 잡는데 잡은 게 자랑스러웠다.
-피구에서 00이를 아웃시킨 게 자랑스러웠다.
-중간고사를 2개 틀린 것
-발표할 때
-J한테 나댄 것. J한테 겨루기를 신청했을 때
-닭다리 시합했을 때
-저승사자 할 때 처음으로 손 잡아줬을 때
-미술시간에 그림을 생각보다 잘 그렸을 때
-생일파티 때 아무렇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춤춘 거
-친구들과 함께 놀 때
3. 나 스스로가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
-그냥 있었던 거
-영어시간 때 내가 떠들어서 –1점을 했을 때
-친구한테 말을 못 걸 때
-공개수업 때 앞에 나가서 발표할 때
-별 것도 아닌 일에 오버했을 때
-울고 있는 친구에게 안 다가간 것
-앗싸홍삼할 때 부끄러운 감정이 이만큼 있었다.
-새로 만든 모둠 구호 외칠 때
-J가 나를 계속 때릴 때
-알림장을 잘 안 본 것
-학교에서 거의 놀기만 해 시험점수가 떨어진 것
-반대항 축구에서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을 때
-S에게 팔씨름을 진 것
-J에게 때리고 잡혔을 때. ㅠㅠ
-시험지 반 쪽 안 썼을 때
4.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
-사랑해요 이 한 마디
-J 학교폭력 심해요. 큭큭.
-선생님, K가 정말 나대는데 때려도 될까요?
-저희를 3달 동안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봐요.
-앞으로도 잘 가르쳐주세요.
-다음에도 재미있고 신나게 공부를 해요.
-(장난) 그만 하세요^^
-재밌는 놀이 감사해요.
-화나게 해서 죄송합니다.
-J 학교폭력.....
-사랑해요~~~
-선생님 완전 무서버요 ;;
-요즘에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아지셨는데 요즘 H와 Y도 보았을 때 친구들하고 더 친해지는 것 같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
-A, B가 집중이 안됐을 때 뒤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화내지 마세요. 화목하게 지냅시다.
-패션쇼 언제 해요? 궁금해욤. 6월에 하고 싶어요.
-감사해요.
-선생님을 만나서 행운이고 선생님 정말 사랑해요.
-딱히 없고요 이대로만 잘 가르쳐 주세요.
5.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6월에 같이 신나게 놀자. 친구들 화이팅.
-잘 지내보자.
-6월달에도 친하게 진해잠.
-나는 나에게 머라 하는 애들 싫다.
-6월달은 즐겁게 보내자.
-지금 L하고 지금 많이 친해졌는데 다른 친구들하고 더 친해지고 싶어.
-말이 왜 그렇게 많니? 요즘에 남자들이 멋진 척을 많이 하니? 여자들은 중2병 걸린 남자 안 좋아한단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충고야. 잘 새겨 들어.
-작작하자.
-00아, 공 살살 던져.
-6월이니까 이제 책임을 지켰으면 좋겠다. (나도)
-어이고. 잘 지내자.
-체육시간 때 하기 싫다 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
-S야, 내가 다시 너에게 꼭 다시 도전해서 이길거담. ㅋ
-J야. 정말 구려.
-앞으로도 사랑해요. 이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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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한 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달고 쓴 시간을 함께 했으니 100일이 되면 나와 아이들도 사람이 되려나?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