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9.
"평소에는 5일 학교 나오고 이틀 쉬었는데 이번에는 거꾸로네?"
아이들이 공감하며 하하 웃었다.
모둠, 자리, 역할 등을 바꾸자마자 쉬었더니 등교하며 자리를 못 찾는 아이도 있었다.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 하고 웃었다.
긴 휴일 동안 뭐했는지 들어보자 하며 모둠원끼리 돌아가며 30초씩 이야기를 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왜 말하기 힘드냐고 물었더니 딱히 할 말도 없고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조건을 변경했다.
주제를 먹을 것으로 정해주고, 경청하려고 노력하기로.
이번에는 대다수가 30초라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이것이 경청의 힘이지.
이어 모둠별로 '시장에 가면' 놀이를 했다.
친구의 말을 놓칠세라 집중하며 들었다.
마지막에는 모둠별로 대표를 뽑아 결전을 벌였는데 의외로 J가 마지막까지 남아 아이들이 환호했다.
J는 그 갈채를 받으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갑자기 변경된 시간표 때문에 한자수업을 하기로 했다.
교재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공부하게 하였다.
나는 한자 자체를 외우는 것보다 음과 뜻을 연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마지막 십여분 정도는 그에 무게를 둔 놀이를 했다.
음을 하나 적고 관련된 단어 찾기!
예를 들면 아름다울 미 자를 간략히 언급하고 칠판에는 한글로 '미'라고 적는다.
아이들은 '미'가 들어간 말 중에 아름다운 것과 연관된 단어를 생각하는 놀이다.
눈치 빠른 아이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미인, 미남, 미녀, 미술, 미용실...... 계속 나왔다.
이런 식으로 몇 글자를 반복하면 자기도 모르게 우리말과 한자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월요일이라 어김없이 중간놀이 시간에 애국주회가 있었다.
지난 주의 일도 있고 해서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고 방송실로 갔다.
다녀오고 오늘은 잘 참여했냐고 묻자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을 대신하는 대표가 강제성을 발휘해 조용히 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방법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부족했다.
모둠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게 해도 본질이 달라지진 않았다.
대부분의 결론은 '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럼 선생님은 왜 벌을 주지 않을까?"
"우리가 기분이 나빠질까 봐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벌 때문에 무언가를 한다면 벌을 줄 사람이 없으면 하지 않게 된다는 거야."
오후에는 콜버그의 도덕성 6단계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각 단계별 예시와 함께 간단한 설명을 한 후 모둠별로 상황극을 만들도록 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도덕성 수준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았더니 아이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역할극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 중 하나는 낮은 단계의 상황극에서 지금껏 아이들이 경험한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여과 없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며 배운다.
너희들은 그 모습을 반복하지 않기를.
하루를 돌이켜보니 여러 모로 개학식의 모습을 닮았다.
적응기간을 거쳤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즐거운 배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