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0.
J가 물리치료를 받느라 늦은 사이 아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
지난주에 있었던 '나도 작사가' 행사에서 J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대상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J를 놀래켜 줄 생각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나눠줄 악보에도 이미 J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고, 미리 이야기해둬야 수상이 원활히 진행될 것 같았다.
깜짝발표가 물 건너가 아쉬웠지만 J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예상 밖의 성적을 받은 걸까.
J는 덤덤한 척했지만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순간 장난기가 생겨 J에게 물었다.
"상 받았는데 선생님에게 뭐 해줄 거야?"
2주일 전, J가 작품을 내기 직전에 내가 거친 부분을 고쳐주며 상 받으면 선생님에게 뭐 해줄 거냐고 짓궂게 물었을 때 J가 어쩔 줄 몰라했던 것이 기억에 남았었다.
J는 오늘도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이럴 땐 고맙다고 하는 거야."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J는 눈도 못 마주치며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다시 장난기가 생긴 나는 제대로 하라고 했더니 J는 멋쩍어하며 다시 인사를 했다.
아이들에게 악보를 나눠주고 강당으로 갔다.
강당 안에 전교생이 빽빽하게 들어서 무척이나 더웠다.
J는 무대에 올라 대상과 함께 MP3 플레이어를 받았다.
부상이 MP3 플레이어 라니!
이어 수상자 세 명이 지은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J가 지은 가사로 연습하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께서 J를 불렀다.
웃으며 무대 위로 올려 보냈더니 이번엔 같은 반 여자 아이들도 부르시는 것이었다.
여자 아이들이 한사코 못 올라가겠다고 하자 남자아이들을 부르셨다.
행사의 분위기를 위해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뻘쭘해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끝까지 빼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웠다.
전교생 앞에서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한 시간이나 같은 노래만 불러 아이들은 점점 지루해했다.
그런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장난도 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어려운 시간에도 이렇게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어 참 좋다.
교실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J를 둘러싸고 MP3 플레이어를 구경했다.
J는 별로 필요 없다며 속에도 없는 말을 했다.
사실 J는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항상 씩씩하고 활발한 아이다.
J를 불러 MP3 플레이어의 사용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음악 파일을 넣고 어떻게 실행하는지, 특징은 어떤지 과하다 싶게 자세히 가르쳐줬다.
그래야 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행사도, MP3 플레이어도 까맣게 잊은 무렵, J가 갑자기 찾아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맙다고 답했다.
J의 진심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해야겠다.
추가.
작년 제자 Y가 힘들다며 찾아왔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단까지 바래다주는데 나를 다시 꼭 껴안았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어 참 감사하다.
그만큼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