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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y 25. 2016

교과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2014. 6. 11.

"어떻게 하면 이 삼각형을 다른 곳에 똑같이 그릴 수 있을까?"

"세 변의 길이를 알면 돼요."

"두 변의 길이와 한 각의 크기를 알면 돼요."


"학원에서 배운 대로 말하라는 것이 아니야.

정말 어떻게 하면 옮겨 그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는 거야."

"음. 자로 길이를 재고 눈짐작으로 그리면 안 돼요?"


"한 번 해볼까?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딱 겹쳐지진 않겠지?"

"그러네. 아! 종이를 대고 따라 그리면 되지 않을까요?"

"오! 맞아 맞아. 그러면 되겠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어..."

"선생님이라면, 삼각형 안을 색칠하고 판화처럼 찍고 옮길래."

"우와! 그런 방법도 있네."


그제야 아이들은 틀을 깬 것 같았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말했다.


"그럼 이렇게 큰 삼각형은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A4 용지를 이용해서요."

"A4 용지보다 이것이 큰데?"

"그럼 B4 용지요."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아까 눈짐작으로 그리는 방법이 나왔었잖아.

그게 왜 잘 안될까?"

"벌어진 정도가 달라요."

"맞아. 여기서 원의 성질이 필요해.

원이 정확히 뭔지 아는 사람?"


동그라미다, 둥글다 등의 대답만 나올 뿐 원이 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원을 크게 그리며 말했다.


"원이란 것은 이렇게 한 중심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는 점을 다 합친 거야."

"아!"

"그럼 아까 자로 잰 길이만큼 여기서 이렇게 원을 그리면 여기 찍힌 점들은?"

"모두 똑같은 길이가 돼요."

"그렇지."


지금까지 설명으로도 빠른 아이들을 감이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똑같이 하면 겹치는 점이 몇 개 나오지?"

"하나요."

"그래. 이게 뭐겠어?"

"아. 대응점요."

"이제 어떻게만 하면 되는 거야?"

"대응점과 밑의 변의 끝만 연결하면 되겠네요."

"그렇지!"


분수에 대해 공부하며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아이들도 이번 단원 들어서 다시 기운 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시시할 것만 같은 식물에 대해서도 즐거우면서도 깊게 다루니 아이들이 좋아했다.

여러 놀이를 하며 식물과 친숙해지고 당근의 관찰을 통해 뿌리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뿌리와 줄기를 구별하는 기준을 통해 흡수작용을, 토마토의 뿌리가 얼마나 크고 긴지 알아보며 지지작용을, 감자와 고구마의 차이를 통해 저장작용을 배웠다.



그를 바탕으로 산사태에 대해서, 왜 무신정권 때 백성들이 뿌리를 먹고살았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왔다.


과도한 경쟁과 평가로 인해 종종 잊게 되지만 모든 교과는, 그 교과만의 매력이 있다.

아이들이 그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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