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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y 26. 2016

모두 함께 소리 질러!

2014. 6. 12.

우리 학교에는 노래방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래방 기계가 있다.


학교에서 숭고한(?) 목적으로 작년 초에 구입했지만 자주 활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각 학급별로 정규 수업시간에 한 시간씩 사용하기로 계획이 잡혔다.


학교에서 노래방 분위기를 내다니.

아이들은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 반은 오후 첫 시간에 하게 되어 점심시간부터 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방송담당인 나의 능력까지 추가하여 4대의 마이크를 동시에 사용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사람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니 한 사람당 한 곡씩 1절만 부르기로 했다.

평소에 쉬는 시간을 이용해 노래와 춤을 연습하던 여자 아이들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목이 쉬어가도 아이들의 가무 본능은 식을 줄을 몰랐다.

잠재된 끼를 참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끔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나도 같이 불렀다.

내가 가요를 부르고 랩까지 하니 아이들이 놀라며 환호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계속 노래를 불렀다.

다음 시간이 시작될 때쯤 다른 반이 들어와서 아쉽지만 멈춰야 했다.


하지만 한 번 불타오른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법.

아직 부르지 못한 아이도 있어서 교실에서 분위기를 이어갔다.

운동장 대형으로 만들고 동요, 가요, 만화 주제가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노래를 부를 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정리는 차분하게 이루어졌다.

기운을 쓸 만큼 다 써서 그랬을까?

다음에 또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올해는 이것이 끝이라고 했더니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다음에 너희들이 다 크면 진짜 노래방으로 가자꾸나.

과연 그때도 이렇게 춤을 출 수 있을까?

하하.


추가.

이번 역사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인 서희와 강감찬의 무용담을 다뤘다.

칠판에 지도를 그려가며 전쟁의 흐름을 들려주면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켜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서희 선생의 담판을 우스꽝스럽게 재연하니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했고, 강감찬 장군의 귀신도 홀릴 전략을 보여주니 그 용맹함과 치밀함에 짜릿함을 느꼈다.


이런 스토리텔링 식의 수업이 주는 즐거움.

아이들도 나도 몰입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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