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8.
학교에 도착하니 6시 50분.
이 시간에 출근하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다.
강당에 들어서니 벌써 서른 명 정도의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평소 말썽부리기로 유명하고, 지각을 자주 하는 아이들도 제법 많이 왔다.
나와 아이들은 왜 이리 일찍 등교했을까?
그렇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리나라의 첫 경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함께 강당에서 응원할 수 있도록 하자고 지난 월요일에 급히 결정됐다.
덕분에 선생님 몇 명이 고생했다는 사실은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아무렴 어쩌랴.
아이들의 신이 난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를 보며 함께 응원하는 경험이 처음인 듯 했다.
처음에는 침묵만 흐르다가 나중에는 선생님의 선창에 맞춰 박수치고 소리 지르는 모습이 제법이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음에도 8시가 되기 전에 이미 강당의 절반이 차고, 나중에는 뒤쪽에도 선생님과 아이들로 붐볐다.
경기가 치열해질수록 아이들의 몰입도도 높아져갔다.
이근호 선수의 골이 들어갈 때는 함성 소리에 강당이 떠나갈 지경이었다.
이어 러시아 선수가 골을 넣자 탄식과 한숨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경기 막바지에는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계속 화면이 끊겨 아이들의 몰입도가 떨어졌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결과에 아쉬워하며 교실로 돌아왔다.
흥분한 아이들과 월드컵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며시 화제를 돌렸다.
사실 선생님은 이번 월드컵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선생님 말고도 그렇게 하려는 분이 제법 된다고.
아이들이 궁금해 하길래 왜 그럴 것 같냐고 물었다.
여러 대답 가운데 '세월호' 라는 말이 나왔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12명의 사람이 저 차가운 바다 밑에 있어.
참 안타깝지.
그렇다고 월드컵이라는 큰 축제를 즐기지 말자는 말은 아니야.
다만 즐거운 일이 있다고 안타까운 사건을 잊지는 말자는 거야."
어쨌거나 이 아이들이 월드컵이란 큰 축제를 제대로 즐긴 것은 태어나서 오늘이 처음이다.
그 소중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